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나는 가구 위치를 옮긴다. 누군가는 가구 배치를 바꾼다고 기분이 나아지냐고 묻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확실한 위안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손을 움직이며 공간을 바꾸는 일은 나에게 또 다른 방식의 정리다. 오늘은 손 없는 날(음력 2월 29일), 그러니까 마음 놓고 가구를 옮겨도 되는 날이다. 별다른 계획 없이 시작한 가구 옮기기이지만, 손잡이를 잡고 소파를 밀어보는 순간부터 이미 기분이 달라졌다. 거실 소파를 한쪽 벽으로 붙이고, 헤이 우디 선반의 위치도 옮긴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자리들이 오늘은 새롭게 보인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청소년 방 벽시계도 달아주었다. 남편한테 부탁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해주지 않아,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공구함에서 펜치와 못을 찾아 니퍼로 톡톡 수평을 맞춰가면서 벽에 달았다. 공부 시간을 지키지 않아 시계를 달아주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대답을 들을 순 없다. 사춘기란 그런 것이겠지... 아무 반응도 없거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오는 것.
가구를 다 옮기고 나서 한숨 돌릴 겸 소파에 앉았다. 바뀐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방향도 다르게 느껴진다. 가구를 옮길 때마다 내 마음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공간을 정리하는 일이 결국은 내 안을 정리하는 일이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가구를 옮기고, 다시 하루를 맞이하는 것. 또 마음이 복잡해지면, 나는 다시 가구 위치를 옮길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의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