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간을 머금다

by 박수진


제주에서의 며칠, 나는 시간을 길게 늘려 썼다. 계획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따뜻한 볕 아래 오래 머물렀다. 작은 주택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창밖의 제주 풍경을 바라보며 샷이 두개들어간 커피를 마셨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게 흘렀다.


창문을 열아두었는데, 작은 오솔 바람이 얇게 들어오고, 재즈풍의 잔잔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여행을 가면 늘 바삐 움직였던 나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익숙한 속도를 내려놓고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커피잔을 쥔 손에 따뜻함이 닿았고, 나무 바닥의 따뜻함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가끔은 카메라를 들어 작은 순간을 담아보았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장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테이블 위에 놓인 조각 케이크. 그 장면들은 특별한 의미 없이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해가 기울 무렵 2층 창문 너머로 붉은빛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 이곳에서의 하루가 조금은 더 소중해졌다. 여행은 결국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특별해지는 것이 아닐까? 제주에서의 느리지만 깊은 하루를, 나는 오롯이 나만의 속도로 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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