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할 수 있을까?
(1편에 이어서 씁니다. 1편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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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문이 3센티 열린 것만으로는 출산이 임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의사는 다만 양수가 터진 것은 아니지만 bulging bag를 느꼈다고 말했다. 찾아보니 한국어로는 "팽륜," 말 그대로 양수가 빵빵하다 못해 튀어나와 있어 만져질 지경이라는 상태 같았다.
"팽륜이 있으면 입원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 집에 갈 순 없어요."
팽륜만으로도 출산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입원이 결정되었다. 사실 나는 의사들이 나를 집으로 그냥 돌려보낼까 봐 걱정이었다. 본능적으로 분명히 출산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입원이 결정되고 나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트리아쥬 (triage) 룸에서 입원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출산을 하게 될 곳이었다. 간호사 Tammy를 따라 분만실에 들어섰다. 첫째 때 분만실처럼 화장실이 딸려 있고 보호자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과 작은 냉장고 등등이 딸려 있는 방이었다. 간호사는 내 팔목에 IV를 꽂으며, 사실 자기 남편의 이름이 나의 첫째 아들 이름과 같다고 했다. 심지어 자기 아들의 이름은 우리가 신생아 이름으로 점찍어둔 이름과도 또 똑같다는 것이 아닌가! 두 이름이 동시에 겹칠 수 있다니, 왠지 좋은 징조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새벽 세시에서 네시가 되어가자 진통의 간격이 8분, 7분에서 6분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궁문을 다시 체크해 보니 이제 5센티미터가 열렸다고 한다. 3센티에서 5센티가 되었으니 분명히 출산 과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의사들은 나에게 분만 초기 단계라고 했다 (early labor stage). 자궁문이 7센티미터 열리고 나면 본격 분만 단계 (active labor stage)라고 한다. 다만, 양수는 아직도 터지지 않은 상태였다. 양막낭 (양막주머니라고도 하는 amniotic sac)은 만져지는데 터지기 직전은 아니고 물이 가득 든 풍선처럼 액체가 움직이는 주머니 같은 상태라고 했다.
새벽 네시 반, 무통 주사를 맞겠다고 의사를 불렀다. 첫째 때도 에피듀럴을 맞았었고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다. 어차피 맞을 주사라면 굳이 진통을 견뎌내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마취 의사는 차분했고 친절했다.
"원래는 환자분 처음 오셨을 때 입원을 시키네 마네 이야기가 분분했다네요. 입원하셨기에 망정입니다."
아마 레지던트들끼리 모여서 내 상태를 의논했던 모양이다. 양수가 터진 건 아니지만 팽륜 상태이고, 첫째 때 양수가 터져 37주 차에 출산한 전력이 있기에 입원을 시키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었다. 이 병원은 오늘밤에 분만 중인 산모가 나 하나뿐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야 모르지만 이미 많은 의료진들이 내 상태를 점검하고 나의 전력을 분석하고 들어와서 나를 케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번 병원에선 하루에 아기가 30명씩도 태어난다고 했었기 때문에 사뭇 다른 점이었다.
드디어 아침 9시 반. 무통 주사를 맞았기에 평안한 상태에서 오전 회진을 도는 의사가 왔다.
"7센티가 열렸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분만 단계입니다. 양막낭이 드디어 (터지기 직전처럼) 팽팽 (taut)해졌군요."
의사가 자궁문 검사를 하며 말한 순간, 한껏 팽팽해져 있던 양막낭이 터지며 양수가 흘러내렸다. 의사는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나는 기다렸던 순간이었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자궁문도 7센티를 넘었고 양막낭이 이미 팽팽한 상태였으니 양수가 터지는 것 또한 시간문제였다.
11시 50분, 9 센티미터가 열렸다.
12시 43분, 10 센티미터가 모두 열렸다! 분만 (labor) 과정이 곧 시작될 것이다.
(3편에 이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