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실패 후 자연임신이 되다.
10월이었다. 추석이 지나 선선해진 바람이 느껴지던 날. 임신에 대해 아주 조금은 비껴가 현재를 살고있던 우리의 가을날.
인공수정을 실패하고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그동안 먹지 못했던 술을 마음껏 먹었다. 일주일에 5번은 먹은 것 같다. 주종 안 가리고 먹고싶은만큼 취할 때까지, 아니 토할 때까지 마셨다.
술은 아기를 잊게 해주다가도 아기를 더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그날은 와인을 마셨다. 남편과 와인을 주거니 받거니 마시다가 또 괜시리 감정이 차올랐다. 그러면 안되지만, 임신이 안 되는 게 혹시 당신 탓은 아니냐며 망나니처럼 남편을 몰아부쳤다. 성격좋은 남편은 늘 그랬듯 뾰족한 나의 마음을 둥글게 안아주었다.
술기운에 잠들어 눈을 뜨니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 이 시간까지 잔 내가 놀라울 정도였다. ‘뭐야? 나 혹시 임신한거 아니야?’ 큭큭 웃어대며 약간의 기대감을 섞어 별 생각없이 임신테스트기를 했다.
두 줄.
그것도 꽤나 선명한 두 줄이다.
왕복 2시간 거리의 난임병원을 왔다갔다하며 배란유도제를 챙겨먹으며 가족들 몰래 배에 자가주사를 맞으며 인공수정을 하며 그토록 보고싶었던 두 줄. 기대했던 그 순간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와있다.
“말도 안 돼! 이게 왜 두 줄이지?”
나는 성큼성큼 안방으로 걸어가 남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었다. 남편은 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지 임신테스트기를 대충 흘겨보며 그만 장난을 치랜다. 아니야 진짜야 봐봐. 다시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한 남편의 두 눈이 둥그랗게 커진다.
“진짜 두 줄이잖아…”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온 아기가 그렇게 날씨가 좋던 가을날에 엄마아빠 곁에 와있었다. 행복은 잠시, 두 번의 임신을 실패한 경험 탓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다음날 남편과 나는 당장 난임병원으로 향했다. 이번에 온 아기는 기필코 지키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