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상이라고요?

습관성 유산검사 - 2

by 은섬





"안녕하세요."

긴장되는 내 목소리를 알아챘는지 의사 선생님은 희미하게 웃어주셨다. 모니터에 검사결과를 띄우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천천히 하나씩 짚어가며 말씀을 해주셨다.



초기유산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엽산대사이상. 정상은 CC, 엽산대사이상이 있으면 CT와 TT형으로 나뉘는데 나는 정상이란다. 그리고 그다음, 혈전수치도 정상. 갑상선 기능도 정상. 태아살해세포라 불리는 NK Cell 마저 정상. 그리고 내가 가장 우려했던, 혹시 이상이 나오면 시험관을 해야 하는 부부 염색체 검사도 정상이었다. 자궁경으로 본 나팔관도 양쪽 다 뻥뻥 잘 뚫려있단다.



"네? 정상이라고요? 그러면 유산의 원인이 없는 거예요?"

"현재 검사상으로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어서, 저희 병원에서는 더 해드릴 게 없습니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니, 마음 편하게 임신을 준비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정상이면 좋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좋지가 않다. 허탈하다. 100만 원 넘는 비싼 돈 내고 검사하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구나.



모두 정상이라는 선생님의 말을 100% 신뢰할 수가 없어서, 이유 없이 유산이 두 번이나 연속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 제증명 창구에 들러 검사결과지를 발급받았다. 집에 돌아와 차근차근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검사 결과를 보는데 이상한 일이다. 선생님이 분명 정상이라고 했던 엽산대사 항목에서 T/T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인터넷에 엽산대사이상 TT형만 쳐봐도 알 수 있다. TT형은 MTH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로 보통 권장량의 엽산을 섭취해도 엽산의 흡수가 떨어지며, 고용량의 엽산을 먹어야 한다. 통상의 임산부는 600mcg만 먹어도 되는 엽산을 나는 거의 8배에 달하는 5000mcg 정도는 먹어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습관성 유산 전문의가 아니어도, 이걸 놓칠 수가 있나? 그것도 대학병원에서 말이다.



그 외에도 NK Cell 수치가 14 정도였다. 태아살해세포라 불리는 NK Cell이 높으면 태아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데,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트라라피드나 면역글로불린을 맞아야 한다. 이것에 대한 의료인들의 여러 견해가 있지만 더 이상 그 대학병원을 신뢰할 수 없었고, 검사 결과지를 들고 집에서 1시간 떨어진 난임병원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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