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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Jul 20. 2021

안녕, 을씨년스럽던 런던.

눈물인지 빗물인지 아무튼 런던 도착


띵동!
Passengers, welcome to London Heathrow Terminal 5.
The local time here is 14:15 in the afternoon.
Please remain seated with your seatbelt fastened until the fasten seatbelt signs have been switched off.


눈을 감고 기내방송을 상상하니 이렇게 낯설고 설렐 일인가?

공항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마음이 들뜰 일인가?

불과 일 년 전 일인데, 애석하게도 어색한 마음이 몽글몽글 아려온다.

인천에서 런던으로 출발합니다.
우리 솔직해지자. 설렘보다 낯선 두려움이 더 컸다고.


 오랜 비행시간 끝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도착한 런던 히드로 공항. 머릿속으로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던 이 순간, 실수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시티 맵퍼를 켰고 숙소까지 가는 경로를 검색했다. 마음 같아서는 얼마가 들든 간에 택시를 타고 이 많은 짐들과 설렘보다 낯선 두려움이 더 커 보이는 이 어린양들을 데리고 숙소로 바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처음부터 우버 타기에 맛 들이면(?) 나의 도전의식이 퇴색될까 가급적 계획했던 데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런던히드로공항 터미널5에서 터미널2로 무료 기차를 타고 환승
내셔널 익스프레스 티켓팅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어마 무시한 짐 가방을 들고 아이들을 철통 경비해가며 히드로 공항과 연결된 내셔널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대망의 첫 티켓팅을 했다. 내셔널 익스프레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아이들은 런던이고 뭐고 시차 적응을 못해 이내 잠이 들었고, 창가에 내리는 비와 함께 흩어져가는 런던의 풍경을 보니 진짜 런던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나면서 덜컥 겁이 뒷북을 친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말이다. 내셔널 익스프레스를 한 시간 가량을 타고 한번 더 환승해야 하는 데, 역명을 잘못 알아들은 엄마 Streatham Hill station에 내려야 할 운명이거늘 Streatham Place에 내리고 말았다. 영국 발음이 덜 익숙해서 그런 거라고 애써 위안해보지만 첫째 아이의 눈에는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둘째 아이는 시차를 이기지 못해 잠투정이 시작되었고, 말 그대로 멘붕이다.

 '우버를 탔어야 했어.' 처음부터 호기롭게 선택했었던 나의 선택을 백만 번 후회하며 우버를 잡아탔더니 이건 또 뭐니. 숙소 맞은편에 세워주고 난리.   


 그날 런던의 을씨년스럽던 날씨와 분위기. 우버를 탔지만 타지 않은 것 같이 맞은편 숙소까지 무거운 짐가방을 끌며 걸어가며 맞았던 빗방울. 하필 내 얼굴로 향해 떨어지던 그날의 비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게 비였는지 불안한 나의 눈물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둘째 딸아이 표정으로 느껴지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영국 숙소 앞 그날의 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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