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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Jul 20. 2021

Knock! Knock! Knock! 살아계신 건가요?

런던 숙소의 미스터리한 그녀의 안부를 묻다.

  드디어 런던 에어비앤비 숙소를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다. 호스트가 여행 중이라며 매트 밑에 열쇠를 시크하게 두고 가신 덕분에 호스트와의 특별한 대면 없이 문을 열 수 있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따라라라라~~~~ 노래를 부르며 셀프 체크인을 했다.  


런던 에어비앤비 숙소

 

 큰 방 하나와 욕실 겸 화장실, 주방은 이케아 광명점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으로 사진과 거의 동일했다. 보름 동안 세 모녀가 '살아보는 여행'을 해보는 생애 첫 숙소가 되는 셈이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열어보고 살펴보고 했는데, 이상하게 하나의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창고겠거니 싶었지만, (왜냐하면 호스트의 설명에는 다른 게스트와 셰어 한다는 이야기가 없었다) 두 딸아이와 함께 지낼 예정이라 열리지 않는 방문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노크를 해보고 인기척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조용하기에 호스트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다른 게스트가 있는 건지 확인해 볼 참이었다. 호스트는 여자 게스트 한 명이 있고 며칠 뒤 체크아웃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남자가 아닌 여자 게스트와의 주방과 욕실을 공유하는 것이니 며칠만 불편하지만 참기로 했고, 다음 날이 지났다. 아침에도 문이 잠겨있고,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뭐 늦잠을 자나보다 했다. 그런데 저녁에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사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길이 없이 조용했다.   

 

 근데 괜한 싸한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인 걸까? 분명히 호스트는 다른 게스트가 있다고 했고, 여행지인 런던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얻은 사람이 이틀 동안 외박을 했을 리가 만무했으며 같이 쓰는 공간에 사용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티 내지 않았지만 방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괜한 엉뚱한 상상이 망상이 되어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에 훼방을 놓았다.  



"Knock! Knock! Knock! Anybody here?" (ㅎㄷㄷ)  


 대답이 없다. 흑. 호스트에게 부랴부랴 연락해서 다른 게스트가 인기척이 전혀 없는데 체크아웃을 한 건지, 체크아웃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안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호스트는 아주 오랜 뒤에 체크아웃했다는 답변을 주었다. 이 답변을 받기 전까지 망상을 했었던 내가 정말 무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또한 여행의 스릴이 아닐까 싶다.   


 지구 반대편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의 그들과 교집합의 시작! 그 교집합이 합집합이 될지 여집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 이 모든 것이 여행을 시작하는 자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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