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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Jul 20. 2021

시차적응이 뭔가요?

런던 뮤지컬 마틸다 감상하기

 두 아이를 안전하게 케어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 그리고 날카롭게 곤두섰던 예민함이 숙소를 도착하고 나서야 사그라들었다. (물론 미스터리 한 그녀의 존재는 신경 쓰이고 있었고) 이미 여행 전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만드느라 유럽형 인간으로 생활패턴으로 적응한 덕분에(?) 시차적응이라고 할 것 없이 수월하게 잠에 빠져들었고 아이들 또한 자기 나름대로 긴장이 풀리니 새근새근 잘도 잤다. 우리에게 다가올 검은 그림자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체로 말이다.   


 여행은 항상 변수가 있는 법. 유럽 워크북을 만드느라 일정을 자세하게 짜지는 못했고 굵직굵직하게 가야 할 곳을 당일 날씨와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유동적으로만 일정을 계획해놓았다. 런던의 첫째 날, 다소 춥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 날. 아이들과 함께 체력적으로 많이 걷는다던가, 첫날부터 뽕 뽑는 듯한 여유 없는 일정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어떤 일정이 여유 있고 체력소모가 적은 일정인 건가


그래! 뮤지컬 감상이 딱이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세계적인 뮤지컬을 공연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피카딜리서커스에서 코벤트 가든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뮤지컬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므로 미리 예약은 필수다. 레스터 광장에 가서 직접 예매 또는 사전 인터넷 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하여 아침부터 노트북을 열고 tkts사이트를 통해 마틸다 뮤지컬 3매를 예매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30파운드 총 90파운드, 시간은 오후 두 시 반이었다. 여기까지 만사 오케이.  


 아마도 사건의 발단은 티켓 예매를 하고 나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들뜬 마음에 숙소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유럽 감성을 느끼는 중이었고, 엄마 사람은 티켓을 예매하고 유심칩을 개통해서 유심칩까지 갈아 끼웠다. 뮤지컬이 2시 반이지만 우리는 런던교통권을 사야 했고, 낯선 길을 찾아가야 했기에 넉넉하게 2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숙소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오이스터 카드 트래블카드 탑업 완료!

 

 시티 맵퍼 앱을 구동하여 위치를 검색하고 출발! 우선 런던 교통권을 샀다. 그리고 런던 지하철 역에 들어서는 순간! 인터넷이 잡히지 않았다. 유심칩이 없다는 메시지가 계속 뜨는 것이다. 다행히 가방 속에는 유심 트레이를 열 수 있는 핀셋이 있어 유심 트레이를 확인했더니 잉? 유심칩이 없다. 집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시티 맵퍼가 잘 작동했기에 인터넷 사용에 무리가 없었는데, 잘 있던 유심칩이 어디로 사라진 거지? 트레이가 자동으로 열려서 빠졌을 리도 없고 도대체 나의 유심칩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왜 이때 로밍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우선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마틸다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케임브리지 극장까지 맵을 켜서 찾아갈 수 없고 우버를 잡을 수 도 없고, 모든 것이 안 되는 상황!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유심칩을 찾기 위해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유심칩이 떨어졌을 법한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조그마한 유심칩은 보이지 않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뮤지컬 공연은 예약 후 환불이 안 되는 상황이라서 비싼 돈을 주고 예약한 표를 날리게 되는 상황이었고, 유심칩 없이 해당 장소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시간도 1시간밖에 안 남은 상황!  


 자! 릴랙스! 마음을 가다듬고 머리를 굴러보자.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에서 비싸지만 최선의 선택, 우버를 우선 콜 했고 우버를 타고 tkts로 가서 사전 구매했던 실물 티켓을 받아 뮤지컬부터 보자 싶었다. 그 이후는 그 이후로 고민하기! 인터넷이 안 되는 핸드폰을 들고 예약한 우버를 탔다. 이미 아이들은 첫날부터 허둥지둥 되는 엄마를 보고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음이 여리디 여린 첫째 딸은 이미 울고 있다. (벌써 두 번째 하.)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10분 뒤, ! 그런데 이 싸한 기분은 뭘까? 분명 숙소의 문을 닫은 기억이 있는데 숙소의 키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선 호주머니를 뒤졌다. 없다. 우버 차 안을 뒤졌다. 없다. 가방을 뒤졌다. 없다. 다시 호주머니-차 안-가방 순으로 아이들에게 이러한 최악의 순간을 들키지 않게 키를 찾았다. 없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뮤지컬을 그냥 포기하고 숙소에서 우버를 타고 온 곳까지 다시 가서 키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뮤지컬을 보고 돌아와서 호스트에게 키를 분실했다고 이야기를 할까? ! 호스트는 여행 중이다.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정말 거의 울기 직전의 상황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우는 딸아이를 달래는 척 딸아이 호주머니를 살폈다. 묵직한 무언가가 있다.


혹시 이거 숙소 키야?
네, 제가 문 닫았잖아요.


 잃어버린 유심 칩과 촉박해진 뮤지컬 예약시간에 혼이 빠진 엄마 옆에서 숙소 문단속이며 키 보관까지 했던 딸아이. 숙소 키는 다행히 혼자만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니 이제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우버는 런던 시위대에 발목 잡혀 뮤지컬 시작시간 15분을 남기고 엉뚱한 장소에 우리를 내려주었고, 다급해진 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tkts가 어디 있는지 물어물어 도착했더니, 예매한 표를 받으려면 메일 인증이 있어야 한단다. 메일 인증을 해야 한다는 건 인터넷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 아. 울고 싶다. 그때 번뜩이는 생각 아! 로밍이 있구나! (이제야 떠오르는 건 뭐니? 비싼 우버 타기 전에 떠올랐다면 얼마나 좋으니?) 로밍을 잡고 메일 인증을 보여주니 케임브리지 극장에서 실물 표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자! 10분 남았다. 무조건 뛰자! 케임브리지 극장으로!

케임브리지 극장


 아이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빠진 엄마를 쫓아 뛰었다. 묻고 물어서 도착한 케임브리지 극장! 가까스로 공연 1분 전 도착! 그렇게 시작한 고군분투 런던 뮤지컬 마틸다 공연은 첫째 딸아이에게는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마틸다 역 아역 배우의 영국식 발음이 로망이 되었고, 둘째 딸아이는 금쪽같은 뮤지컬 1부에 지쳐 잠들었다지. 그러나 본전 생각난 엄마가 깨워 스펙터클한 2부에는 영국 뮤지컬다운 뮤지컬을 감상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유심 칩 없이 집까지 돌아가는 건 그때 생각해보자.


마틸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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