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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현 Jun 29. 2016

행복교실 7기 - 에니어그램 기초

나에 대해 이해했던 시간, 그리고 부족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시간

 에니어그램에 대해선 이미 들어본 바 있었다. 대현샘이 몇 번 유형인지 궁금하다며, 읽어보고 알려달라고 책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빌려줬기 때문이다. 본인이 7번 유형인데 너도 7번 유형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중학교 시절부터 청소년문화회관에 가서 온갖 심리검사를 다 해보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였다. MBTI는 들어봤지만 7번 유형? 날개? 생소했다. 그게 다 뭐냐 했지만 에니어그램의 지혜 속에서 그 전에 접했던 심리검사들과는 다른 '깊이'를 느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렇게 작년 여름 열심히 책을 읽었었다.


 그 때 책을 읽으며 스스로 판단한 바로는 7번 유형이었다. 6번 날개를 가진 7번 유형. 에니어그램은 그게 좋다. 단지 너는 어떤 유형이다라고 분류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날개, 그리고 그 유형 안에서 건강한 정도를 제시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작년에 책을 읽으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꽤 건강한 7번이구나 하면서.

 그런데 요즘은 좀 달랐다. 스스로한테 느끼는 만족감이 많이 낮아졌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벌려둔 일은 많은데 뭐 하나 집중해서 끝낸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쫓기는 듯 하고 마무리도 제대로 못했는데 어영부영 넘어가고 끝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끈기없는 사람이었나, 생각만 하고 실천 안하는 사람이었나 하고.


 그러던 와중에 행복교실에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미 에니어그램에 대해서 알고 있긴 했지만 에니어그램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유진샘한테서 배운다는 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배우게 될까 기대반 설렘반이었다. 에니어그램에 대한 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1. 형용사 3개로 자기 표현 + 이와 관련된 삶의 이야기

 성격을 4가지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긍정적, 감정적, 생각많고 실천부족, 호기심많음, 자유로운 등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형용사로 표현한 자기의 성격과 그와 관련된 삶의 이야기를 모둠원들과 나누었다. 그 다음 에니어그램의 기본이론에 대해 배웠다.


* Human operating system

= 사람은 사고, 감정,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은 세상의 많은 일들을 겪으며 균형을 찾고 패턴이 생긴다. 그게 시스템화된 것이 Human operating system이다.


* Character & Personality

 = 보통 0~6세에 성격과 기본 패턴이 생기는데 20세에 모두 완성된다. Character는 '조각된'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타고난 기질을 말한다. Personality는 '가면, 쓴다'는 의미가 있는데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양육태도, 여러 사건 등으로 바뀔 수 있다. 기본적 기질인 Character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두려움은 무력, 통제에 대한 것일 수도, 연결되지 못하거나 가치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것일 수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느냐에 따라 본능 중심, 감정 중심, 사고 중심으로 나뉘게 된다. 



2.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가?

 기본 이론에 대한 설명 후 어떤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지를 돌아보았다. 두려움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세분화된다. 무력하고 통제를 받을 때는 분노나 두려움, 연결되지 못하고 가치없게 느껴질 때는 수치심, 안정이 없고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느낀다. 이 중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을 가장 크게 느끼는지를 돌아보았다. 이에 따라 본능 중심, 감정 중심, 사고 중심으로 크게 나뉜다.



3.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세부적으로 유형이 달라진다.

 본능 중심, 감정 중심, 사고 중심에서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형이 달라진다. 무력하고 통제를 받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본능 중심은 분노를 사용하는데 이를 느끼고 외부로 더욱 나아가느냐, 내면으로 사용하여 자신을 누르고 통제하느냐, 외부와 내부에서 오는 분노의 균형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8, 1, 9유형으로 나뉜다. 연결되지 못하고 가치없게 느껴질 때 수치심을 느끼는 감정 중심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다른 사람을 돕느냐, 유능하고 성취하는 사람이 되려 하느냐,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 하느냐에 따라 2, 3, 4유형으로 나뉜다. 안정이 없고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고 중심은 그 불안감 때문에 더 깊이 있게 탐구하느냐, 즐거움을 찾아 도피하느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깊이와 넓이를 모두 추구하느냐에 따라 5, 7, 6유형으로 나뉜다. 이러한 유형들은 삶의 영역에 따라 또 달라지는데 SP유형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까지, SE유형은 1:1관계본능으로 근처 친구들까지, SO유형은 사회적 관계본능으로 넓은 사람들에게까지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친다.

에니어그램 모형 - 유진샘이 손수 그리셨다.


4. 유형별로 모여 이야기 나누고 정리하기

 각 유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유형을 확인했다. 그런 후 한국형에니어그램 성격유형 검사(KEPTI)로 검사해보았다. 나는 역시나 7유형. 검사가 끝난 후 행복교실 선생님들의 유형을 확인했는데 2, 8 유형 말고는 골고루 5명 정도씩 있었다. 8유형은 딱 한 분 뿐이었는데 유진샘이 8유형은 지도자 유형이라 이미 지도자(유진샘)가 있는 그룹에는 잘 오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행복교실에는 8유형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각자의 유형을 확인한 후 유형별로 모둠을 구성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요즘 끈기없는 게 제일 고민이라고 했더니 같은 7유형의 선생님들이 모두 자기도 그렇다며 격하게 공감했다. 그리고 행동하는 패턴이나 생각이 비슷해서 놀라웠다. 함께 이야기 나눈 후 정리하기 활동을 했다.

   1) 우리는 이런 사람이다

   2) 장점

   3) 단점

   4) 원하는 것

   5) 피하고 싶은 것

   6) 어울리는 동물, 노래

 이 순서에 맞추어 큰 종이에 함께 의논하며 각 유형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자유롭게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도 할 수 있었다. (8유형은 한 분밖에 안 계셨기 때문에 2유형과 함께 했다.)







 이전에 에니어그램을 책으로 접해서 각 유형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유형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니 느낌이 달랐다. 확실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달까. '사람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지.'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막연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들이 좀 더 선명해지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같은 7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도 참 좋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격하게 공감하고 비슷한 고민을 나누니 참 위안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같은 7유형 안에서도 조금씩 행동하는 패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을 느끼며 같은 유형끼리도 다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각자가 사용하는 날개에 따라, 건강한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니까.


 에니어그램의 목적은 패턴을 알아차리고 벗어나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의 목적처럼 이 공부는 내게 알아차림의 기회가 된 것 같다. 스스로 자책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게 나니까.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차렸으니 조금씩 보완해나가면서 여러 성격을 두루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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