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운 Oct 09. 2020

4컷 생각 #12 4컷 생각이 만들어진 과정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이왕 말 꺼낸 거 그럼 어떻게 <4컷 생각>이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봐야지.

다양한 그림 수업을 들으면서 배경이나 사물은 어떻게든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 그리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나는 '사람 쉽게 그리기'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잘 그리기가 아니라 20일 동안 매일 쉽게 사람을 그려내는 게 목표였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아서 너무 재미있어서 과욕도 부렸다. 첫날은 그냥 동그라미에 선 조금이랑 점찍는 거여서 이게 뭔가 싶었다. 더 열심히 하면 더 좋겠지 싶어서 하라는 것보다 2배 아니 3배의 숙제를 해서 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마세요'였다. 지치니깐. 맞다. 예전에 《수학의 정석》을 풀 때  맨 앞부분인 집합 부분만 새까맣게 되고 뒷부분은 들쳐보지도 않았지. 역시 하다 보니 그게 맞았다. 처음의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었다.


너무 하기 싫은 날은 하지 않으려다, 한 칸에 얼굴 하나만 그려도 통과해준다길래 그걸 해서 냈다. 하기 싫은 거 누가 억지로 시킨 사람처럼. 분명 나는 하고 싶어서 했는데 말이다.


다행히 마감시간도 12시가 아니었다. 밤에 그냥 자버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안 하다가 좀 한가 해지는 점심시간 때 해서 내도 되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미션이 없었다. 쉬어야 한다고. 평일에 미션 못한 것 채워도 된다고 했다. 미루지는 않아서 주말에 할 것이 없었다. 대신 심심하면 복습을 했다. 그 시간도 소중했다. 일주일 미션을 되돌아보며 혼자 연구하는 시간 같았다. 그렇게 쉼이 있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원래 잘 쉬어줘야 또 힘내서 하니깐.  푹 쉬고 난 일요일 저녁이면 빨리 월요일 미션을 받고 싶었을 정도였다. 하기 쉬운 미션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어찌어찌 끝까지 20일을 완주했다! 나는 당연히 다 숙제를 빠지지 않고 완주하는 줄 알았는데 중도 하차가 많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20일을 해낸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뭔가를 꾸준히 해낸 경험이 하나 더 쌓였다. 스스로 다음을 시작할 용기도 얻었다.


인물 그리기를 해서 뭘 하고 싶었냐면, 4컷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다. 일상이나 생각을 담은 만화를. 그래서 인물 쉽게 그리기 모임이 끝나고 다음은 스스로 20일 프로젝트를 정했다. 20일 동안 매일 4컷 만화 그리기로!


그런데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미션을 바꿨다. 따라 그리기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식상 하지만 맞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서 인스타에서 마음에 드는 만화를 따라 그려봤다. 매일 1개씩만.


그렇게 매일 따라 그리기만 하다가 8일째 되는 날, 내 이야기를 담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그려봤더니 되었다. 난 못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4컷 만화가 완성되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반응도 좋았다. 나도 할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었다.


창작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 그리기를 다시 하다가 떠오르면 가끔씩 내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그렸다. 하다 보니 컷을 만화로 다 채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4컷 생각>이라고 그때 이름을 정하고 글로라도 4컷을 가득 채워서 매일 완성해보자는 최종 목표가 정해졌다.


그렇게 최종 목표에 따라서 지금은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먼저, 수첩에 글로 메모를 하고 그걸 4컷에 배치한 다음, 그릴 수 있는 것만 그림을 그려 글 사이에 넣고 있다. 완성된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제목만 써서 올린다. 그리고 <4컷 생각> 그림에 맞는 글을 차근차근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4컷 생각 #11 내가 브런치 작가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