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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Oct 13. 2020

4컷 생각 #16 내가 로봇 청소기로 청소하는 법

준비 단계가 필요해

5년이 넘은 로봇청소기가 있다. 예전 집에 살 때는 이 로봇청소기가 움직일 수 없었다. 바닥에는 정리 안 된 전자제품 충전선이 많아서 선을 꼬아서 걸려버렸고, 오래된 집이라 방문마다 문턱이 높게 있었다. 그래서 괜히 샀다고 생각되었다. 편하려고 샀는데 애물단지였다.


지금 우리 집은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문턱이 없다. 전자제품이 많은 집이라 선이 여전히 많지만 벽으로 최대한 붙이고 선을 치우는 동안 로봇청소기가 움직일 수 있다.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것들이 더 싸고 더 좋아새로 살까 혹했지만, 과소비하지 않고 쓰기로 했다.


내가 로봇청소기로 청소하려면 먼저, 걸레에 물을 묻혀 걸레판에 끼운다. 집 전체를 돌리려면 물이 부족해져서 중간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기도 한다. 분무기가 잘 안되면 그냥 물을 뿌려놓기도 하고.


걸레판을 장착하고 내가 원하는 구역의 구석으로 갖다 놓는다. 그 주변에서 움직일 때 걸리적거릴 것 같은 것만 테이블이나 소파에 올려두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테이블 위에 의자를 뒤집어 올린다. 학교 다닐 때 청소하느라 걸상을 뒤집어 올리듯이 말이다. 원래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 친한 동생네 집에서 그렇게 했더니 잘 돌아다닌대서 배워서 써먹고 있다. 소파 보조 의자도 소파 위에 올린다.


마지막은 로봇청소기가 갈 길을 파악해서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흡입이 힘든 쓰레기나 물건들을 주워 올린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뒤처리를 부탁해.'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먼저 주워서 치우고 나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열심히 돌아다닌다.


이 시간부터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끝낼 때까지, 쉬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뒹굴거리기를 좋아하고 움직이면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나는 보통은 소파 구석에 발을 올리고 앉아서 쉰다. 내가 걸레질 안 하고 쉴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깨끗하게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청소를 잘 못하는 내가 한 것보다 나으니 만족한다. 가끔 거슬리는 부분만 물티슈로 슉슉 닦아주면 된다.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처럼 요즘은 적절히 활용하면 참 좋은 기계들이 많아서 좋다. 특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인 나한테는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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