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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Oct 18. 2020

4컷 생각 #21 샤넬 오픈런

왜 이러는 거죠

'샤넬 오픈런'이라는 말을 뉴스에서 들었다. 샤넬이 곧 가격을 올리니 그전에 사놔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 '왜 굳이 저렇게 사려는 거지?' 하고 넘겼다.


그러다 지방에 있는 동생의 부탁으로 스카프와 클러치를 사러 가게 되었다. 이미 샤넬이 가격을 올렸는데 지금도 오픈런을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걸 내가 하게 될 줄도 몰랐다.


가기 전에 너무 긴장했다. 명품관에 생애 처음 가보기 때문이다. 명품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옷은 뭘 입고 가야 하지? 가방은 뭘 들고 가야 하는 거지? 걱정하다 보니 가기 싫어졌지만, 부탁을 받은 거라 꼭 가야 했다. 원피스를 입고 추워서 니트도 껴입고, 가방은 아무거나 들었다. 메이커도 명품도 아닌 그냥 인터넷에서 산 거였다.


10시 30분에 백화점 명품관이 오픈을 한다. 오픈 전에 간신히 도착해서 대기번호를 받았는데 48번째였다. 이미 값이 올랐다는데 왜 아직도 대기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한 시간 이상 걸린다길래 근처 카페에 가서 기다렸다. 1시간 반이 지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응대해주시는 점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사야 할 것을 잘 구매하고 나왔다. 왜 과도하게 긴장했었나 싶었다.


구매 후 샤넬 쇼핑백을 들고 바로 버스를 탔다. 내 생애 그렇게 큰 금액의 패션 소품을 구매한 건 처음이라 집에 올 때까지 편하게 오지 못했다. 집에 왔더니 긴장했던 탓인지 온몸이 결렸다. 내가 사 온 건 사람들이 '그 비싼 샤넬백!'이라고 말하는 품목도 아니고 거기서 저가의 제품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분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랬나?


진짜 이 비싼걸 왜 사는 거지? 만약에 내 걸 샀으면 나는 들고 다지지도 못하고 모셔뒀을 것 같다. 또 가라면 이제 긴장하지 않고 갈 수는 있지만, 들고 다니지도 못할 내 가방을 사려고 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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