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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루 May 17. 2023

Ep. 0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석사 논문 발표를 끝내자마자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고, 별다른 생각 없이 그렇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월, 3월, 4월 바빴다. 남편을 하루에 세 시간을 볼까 말까 했고, 숱한 야근과 함께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하는 하루들이 반복되었다. 월급은 야박했고, 야근 수당은 없었지만, 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이니깐 잘 해내고 싶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3-4개월을 정신없이 달린 후, 황금연휴라길래 남편과 함께 가까운 해외로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첫 연차도 썼다. 수요일에 출근을 했고, 그날은 직장인 모두가 기다리는 월급날이기에 긴 연휴 후의 출근이지만 나쁘지많은 않았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모두가 모인 회의실에서 이번 달 월급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 자금이 어렵고, 언제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멍했다. 꿈인가 생신가. 즐겁게 여행을 다녀왔기에 나는 또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올해 1월부터 나는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 마냥 시간을 보냈지만, 사실은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나는 여태껏 직장에서 하는 일만이 나의 가치인 듯 나의 능력인 듯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회사 외적인 곳에서도 나의 능력을 쌓아야 했던 건 아닐까? 이렇게 또 나는 새로운 삶의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 일을 겪으며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일까?'

'만약에 다중우주가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래 뭐, 다중우주라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무수한 많은 시나리오들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제쳐두자. 나는 내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했을 때, 처음 떠오르는 대답들에 집중했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있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또는 스트릿 포토그래퍼가 되어있을지도 모르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럼 왜 지금의 나는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테크닉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고, 나는 월급을 못 받아서 보컬학원에 갈 돈이 없으니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열었고, 우선 계정을 만들었다. 앞으로 무엇을 써 내려갈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서 브런치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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