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삶에는 회사 외에 다른 가치들도 있으니까.
"대리님, 대리님을 요즘 행복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무엇이에요?"
비 오는 저녁, 나는 훠궈와 칭다오 맥주 너머 맞은편에 앉은 대리님께 물었다.
대리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다. 아무래도 무임금의 사태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행복을 논하기란 배부른 철학자 같은 소리인가 보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료들 모두와 스스럼없이 지내게 되었다. 서로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지만,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에서 그리고 서로를 해하지 않는 마음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지칭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대리님이 가장 좋았다. 당신보다 그래도 제법 나이가 어린 나를 항상 우쭈쭈 해주시는 대리님 앞에서 나는 곧잘 재롱을 부리곤 했다. 우리는 금세 근무시간 외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고, 퇴근 후 종종 밥도 같이 먹고, 문화생활도 같이 했다. 2월부터 퇴근 후 술잔을 기울이며 친목을 도모하자고 계획했는데, 우리의 계획은 3개월이 지나 임금체불 사태가 있고서야 성사되었다.
나에게 놓인 상황은 뭐 같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좋았다. 우리의 얘기는 주로 회사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한풀이었지만, 그 스트레스를 누군가가 이해해 준다는 것이 그리고 그 사람이 대리님이라는 것만으로 그 시간은 내게 의미 있었다.
대리님은 임금체불이 있고 나서는 '내가 이걸 사 먹어도 될까?' 또는 '내가 이걸 즐겨도 될까?' 하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대리님과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못한 것이라곤 회사를 믿은 것 밖에 없는데. 당신의 잘못이 아닌데 당신을 탓하시는 것 같은 대리님을 보며 슬펐다. 우리 모두가 느끼지 않았어야 할 감정들을 마주하며 힘들어하고 있으니깐.
그럴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또는 나의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와 당신의 삶에는 회사 외에 다른 가치들도 있으니까.
월급쟁이로 사는 우리 모두는 하루의 1/3 이상의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낸다. 그렇기에 회사를 논외하고 나를 설명하기란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회사를 생각하는 것만큼 회사는 우리를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가 회사를 생각하는 것 만큼 우리는 우리를 생각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직장인이 아닌 나의 삶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요즘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를 요즘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브런치와 글쓰기.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직장동료들과 하하 호호 웃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