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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열대 - 이기철

2020 시필사. 158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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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열대 - 이기철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

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 본 사람들이

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

쌀 씻어 밥 짓는 마을 있으리

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며 초록만큼 푸르러지는

사람들 살고 있으리


그들이 봄 강물처럼 싱싱하게 묻는 안부 내 들을 수 있으리

오늘 아침 배춧잎처럼 빛나던 청의(靑衣)를 물고

날아간 새들이여

네가 부리로 물고 가 짓는 삭정이 집 아니라도

사람이 사는 집들

남(南)으로만 흘러내리는 추녀들이

지붕 끝에 놀을 받아 따뜻하고

오래 아픈 사람들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는

아이 울음처럼 신선한 뜨락 있으리


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

처녀의 발등 같은 흰 물결 위에

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 수 있으리

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소리와

아플 것 다 아파 본 사람들의 마음 불러 모아

고로쇠 숲에서 우는 청호반새의 노래를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말로 번역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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