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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群靑 - 장이지

2021 시필사. 39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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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群靑 - 장이지


집 앞에 세워둔 네 차가 견인되었을 때

미안하면서도 좋았다.

견인차량보관소가 있는 마장동까지 갔다가

네 차로 되돌아오던 한나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청계천이 아직 콘크리트로 덮여 있을 때

고가도로 밑을 지나며

이대로 교외로 나가자고 너는 말했다.

나도 조금 더 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무른 눈길을 나란히 걸으며

책임진다는 말의 온기에 기댄 날이 있었다.

저녁 공기의 군청색群靑色 실에 별 무늬를 넣어 뜬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너를 잡아두려고

네 휑한 목에 머플러도 둘러주었다.

동갑이라고 나이도 속여가면서

욕심을 부렸다.


청계천 물소리는

군청이라는 너의 색에는 이르지 못하고

서울 하늘 아래의 어느 옥상쯤에 가 투명하게 운다.

이래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고.

숨을 쉴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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