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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마르스 May 19. 2021

창문 - 포루그 파로흐자드

2021 시필사. 139일 차

창문 - 포루그 파로흐자드


보기 위한 하나의 창문

듣기 위한 하나의 창문

우물 같은 하나의 창문

그 깊은 곳에서 지구의 심장과 맞닿은 우물

지지 않는 푸른빛 광활한 친절을 향해 열려 있는 우물

고독한 작은 두 손을

자비로운 별들이 선물한 밤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하나의 창문

그곳에서는 가능하리라

제라늄 꽃의 고독한 축제에 태양을 초대하는 일이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나는 인형들의 땅에서 왔다

그림책 정원에 있는

종이 나무 그늘 아래

순수한 흙바닥 골목에서 사랑과 우정 한 번

꽃피워 본 적 없는 메마른 계절들

결핵 걸린 학교의 책상 뒤에서

색 바랜 알파벳 문자들을 익혀 가던 나날들

아이들이 칠판 위에

'돌'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었던 순간들과

놀란 찌르레기들이 고목을 가득 채우던 순간들로부터

나는 나왔다 


나는 식육 식물의 뿌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의 뇌는 여전히

나비의 비명 소리로 넘쳐 난다

아이들이 바늘로 심장을 찔러

공책에 채집한 그 나비의 소리로 


내 믿음이 가느다란 정의의 밧줄에 매달렸을 때

그리고 온 도시에

내 등불의 심장이 조각조각 흩어졌을 때

내 사랑의 천진난만한 두 눈이

법의 검은 손수건으로 가려졌을 때

내 희망이 고동치는 관자놀이에서

피의 분수가 뿜어져 나왔을 때

내 삶이 벽시계의 째깍째깍 소리 외에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미친 듯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이해하고, 느끼고, 침묵하는 순간의 창문 하나

이제 호두나무 묘목은 부쩍 자라

어린 나무 잎사귀들에게 '벽'이라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거울에게 물어보라

그대를 구원해 줄 사람의 이름을

그대 발밑에서 떨고 있는 땅은

그대보다 더 외로운가 

예언자들은 파멸의 예언을

우리 시대에 가져왔는가

이 연이은 폭발들과

독 품은 구름들은

성스러운 경전 구절들의 메아리인가


오, 친구여

오, 형제여

오, 동포여

달에 도착하거든

꽃들을 대량 학살한 날을 기록하라


꿈들은 항상

순수함의 정상에서 추락해 죽어 가는 법

나는 네 잎 클로버 냄새를 맡는다

퇴색한 개념의 무덤 위에서 자라난 클로버

자신의 순결과 기대의 수의에 싸여

흙이 된 여인은 나의 젊은 시절이었는가

내 집 지붕 위에 발을 내디딜 친절한 신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나는 다시 나의 호기심 계단을 오르게 될 것인가 


나는 느낀다

시간이 이미 흘러갔음을

나는 느낀다

'순간'이란 역사의 여러 페이지 중 하나가 내 몫임을

나는 느낀다

탁자는 내 머릿결과 이토록 낯설고 슬픈 두 손 사이에 있는

거짓 공간임을

무슨 말이든 나에게 해달라

그대에게 살아 있는 몸의 친절을 베풀 사람이 

살아 있다는 느낌 말고 그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무슨 말이든 해 달라


창문에 피신처를 구한 나는

태양과 관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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