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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Dec 02. 2016

그렇게 또 살아간다

잠시 쉬어가기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조용히 빈 종이에 써내려가 본다.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에 대하여

욕까지 차근차근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다 보면,

처음엔 내 자신이 너무 가엾단 생각에

자기연민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질 못 한다.




한참을 끄적이고 나서 펜을 놓았을 땐,

그게 위로가 되기 보단

내가 얼마나 유치하고

치졸한 인간인 지 알게 되어

더 비참해진다.




마음을 버리고 비워낸 것이 아니라,

괜히 더 끄집어내서 난도질해댄 느낌,

그래서 더 착잡해진 기분.




그냥 모든 것들을

불쌍하다고 여기면 될 걸.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을

불쌍하다 치부해버리면 그 뿐일 것을.




벗어나지 못 하는 나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요령껏 피해보고

안 되면 한적한 카페라도 가서

진한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같은

작은 사치로나마

내 안의 어른 아이를 달래보기라도 하고.








잠시 하늘을 바라 볼

여유가 필요했던 거라고.




그렇게,

그렇게 또 살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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