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기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조용히 빈 종이에 써내려가 본다.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에 대하여
욕까지 차근차근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다 보면,
처음엔 내 자신이 너무 가엾단 생각에
자기연민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질 못 한다.
한참을 끄적이고 나서 펜을 놓았을 땐,
그게 위로가 되기 보단
내가 얼마나 유치하고
치졸한 인간인 지 알게 되어
더 비참해진다.
마음을 버리고 비워낸 것이 아니라,
괜히 더 끄집어내서 난도질해댄 느낌,
그래서 더 착잡해진 기분.
그냥 모든 것들을
불쌍하다고 여기면 될 걸.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을
불쌍하다 치부해버리면 그 뿐일 것을.
벗어나지 못 하는 나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요령껏 피해보고
안 되면 한적한 카페라도 가서
진한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같은
작은 사치로나마
내 안의 어른 아이를 달래보기라도 하고.
잠시 하늘을 바라 볼
여유가 필요했던 거라고.
그렇게,
그렇게 또 살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