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잊고
살점을 다 뜯어내
앙상해진 마음에
불까지 지폈지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에
눈물이 났어
이젠 다 끝이라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도로 위에
방황을 접지 못 한 마음을 풀어놨어
저기 저 너머
끝이 어딘지도 모를 길에서
걷고 걷고 또 걸어
지나가는 차에 대고
괜시리 욕을 퍼부어
혹시 너일까봐
애초부터 이렇게 힘든 거였음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냐고
시작도 안 했을텐데
쳐다도 안 봤을텐데
눈도 안 마주쳤을텐데
모르는 존재로 스쳐지나 갔을텐데
멎어버릴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토할 듯이 울다가
선명해진 이름 세 글자에
나를 욕해
병신-
태워도 태워도
사막 위의 오아시스, 거기 머물렀던 나는
잊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