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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Mar 13. 2017

어려울 게 있나요

대인관계에서 나를 지키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대인관계가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상하관계든 저 마다 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존재하니 그 차이를 존중하며 맞춰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가족끼리도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면 남보다 못 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인생사에서 대인 관계는 손에 꼽힐 정도로 어려운 일이 맞다.


 나는 조금 부끄럽지만 친한 친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스트를 작성해가며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식의 인맥 관리를 잘 못 하는 편이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여러 경험들을 거치면서 커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외롭긴 외롭지만, 한 두 명 정도의 친한 친구만 있어도 반은 성공한 거라 생각하고, 양가 부모님들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더 치중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도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미움 받을 용기가 없어서 애초부터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그 인연에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공허함을 더 이상 감당해낼 자신도 없거니와, 내가 쏟아낸 열정과 진심어린 마음이 원하든 원치 않든 왜곡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만큼 좌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소모적인 상황에 굳이 왜 갇혀야 하는 지도 의문이 들기에 인간관계를 더 넓히고 싶지 않다, 그럴 의지도 없을 뿐더러.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좋다가도 저것은 싫은 것이 사람인데, 나를 복사해 놓은 또 다른 존재는 도플갱어일 뿐, 그 도플갱어와 마주하면 나는 죽어버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거울보듯 마주보다가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라며 스스로 자각하지 못 했던 치부들이 다 드러나고 자괴감에 빠지다가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어지게 될까봐.


 애초부터 사람과의 인연을 맺을 때, 마음을 비우고 다름을 존중하며 격식을 갖추는 편이 도리어 속 편하다. 내가 깊이 관여할 이유도 없고,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으니까. 위로가 필요하면 위로의 말을 진심을 담아 전달하면 그 뿐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만큼 해줘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난 그냥 이 정도만 하면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해, 라는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욕심이 모든 것을 망친다고,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기대감을 키우며 바라는 게 많아져서는 안 된다. 나도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건강밖에 없다. 커서 공부를 잘 해야지, 하루 빨리 말을 해서 글자를 배워야지, 기저귀를 하루 빨리 떼버려야지, 하는 기대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렇게 닦달해 봤자 결국 나만 손해니까. 급할 게 하나 없는 데도 말이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어련히 다 알아서 할텐데, 그저 기다려주면 되는 것을.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좁혀갈 의지가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면 된다. 되도록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크게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것이 자신의 심신건강에 더 이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건 나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다. 자기 방어도 세뇌시키다 보면 어느 정도 보호막을 형성해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친한 동생이 글 쓸 때 쓰라며 보내 준 스위스 사진


 더 이상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때 나의 경우는 여러 번 굽히다가도 어느 순간 정을 떼버린다. 어차피 가는 방향이 같지 않은데 무슨 노력을 한들 바뀌지 않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상대방을 욕할 일이 절대 아니다. 나와 그저 다른 사람일 뿐, 같은 배를 타고 갈 인연이 안 닿았을 뿐- 딱 거기까지만이다. 애쓸 필요도 없고, 내 삶은 내가 주체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나는 내 갈 길을 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인연들이 오고, 또 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이나마 해본다.


 모든 일에는 나의 행복이, 나의 존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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