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책이 닫혀 있었다.
우리의 추억이,
사진이
빼곡했던 페이지가
틈조차 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모든 것을 고스란히 놓아둔 채로
두 번 다시는 열어볼 수도 없게
글 한 자 더 써볼 수도 없게
앉은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가버렸다.
놓고 간 책을 펼쳐 보기가
두려워졌다.
마지막 페이지 만큼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줬던 상처를,
그 사람의 아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에.
아직은
추억에 젖어
살고 싶다.
아직은
그 책의 첫 페이지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직은
붙잡아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