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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Mar 20. 2017

아직은


그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책이 닫혀 있었다.


우리의 추억이,

사진이

빼곡했던 페이지가

틈조차 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모든 것을 고스란히 놓아둔 채로

두 번 다시는 열어볼 수도 없게

글 한 자 더 써볼 수도 없게

앉은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가버렸다.


놓고 간 책을 펼쳐 보기가

두려워졌다.

마지막 페이지 만큼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줬던 상처를,

그 사람의 아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에.


아직은

추억에 젖어

살고 싶다.


아직은

그 책의 첫 페이지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직은

붙잡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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