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었다.
동백나무와 벚꽃나무로 둘러쌓인 곳에 세모난 지붕으로 촌스럽지만은 않은 나무집이었다. 우리 가족은 조용하게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줬던 그 공간을 무척 아꼈고 사랑한다, 아직까지도.
여름이면 마당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에어풀장을 만들었고, 차가운 물이 미지근해 지기까지 몇 분도 채 걸리지 않는 그 계절에 몇 주 연속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그 누구의 시선도 닿을 일이 없던 그 집에서 빵도 굽고, 고기도 굽고, 생선도 굽고, 구울 수 있는 재료들은 다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냄새 풍김의 자유 또한 만끽했다.
화단에 풍성하게 자라던 로즈마리를 바로 따서 스테이크의 풍미도 더했고, 억세지기 전에 뜯어서 밥에 넣었던 곤드레 나물은 매해마다 좋은 식자재로 쓰였다.
태풍이 불어 닥친 후 집 관리가 조금 난해했지만, 눈과 비가 오는 날씨만 아니면 아무렇게나 입고 산책도 하고 공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 되면 여행자의 기분으로 집 근처 자연 환경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이토록 많은 것을 누렸음에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그 집은 내 삶의 반이었고, 영원히 내 마음 속 고향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섬이라는 아주 매력적이고 특수적인 조건을 갖춘 제주에서 처음 취직을 했고,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촌이 도시화 되어 가는 시간들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이제 떠나려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을.
제주의 나무집은 영원한 내 마음 속 고향일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를 아주 예뻤던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