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민 May 01. 2017

밉고 싫고 짜증날 때

못된 성격의 소유자


 그런 날이 있다.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밉고 싫고 짜증나고 귀찮아질 때.

 

 그럴 때면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실컷 부리다가 제 분에 못 이겨 울음을 토해낸다. 성격이 못된 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내 자신에게 크나 큰 실망을 하게 된다.


 너 정말 이 것 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어? 스스로 수 십 번도 더 되물어 보지만 끝내 답을 하진 않는다. 마지막까지 쓸데 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거지.


 분노 조절 장애인가 싶어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곤 했지만, 그마저도 핑계에 불과한 행동이었다. 인정하기 싫은 거였다, 못된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조금만 덜 짜증낼 수도 있었을텐데, 덜 귀찮아할 수도 있었을텐데, 덜 미워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며 지난 짧은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성찰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인들에게까지 상처를 주고야 마는 것이었다. 결국 일은 그렇게 흘러 갔다. 자책해도 이미 소용 없는 짓이었고, 돌이켜본들 엎질러진 물 앞에서 말 없는 자가 될 뿐이었다.


 이런 무지막지한 감정들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쥐콩만해지는 것인가. 컨트롤이 안 되면 차라리 그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외면을 택해볼 것을. 피하는 것도 상책이었을텐데. 어쩐지 나가서 걷고 싶어지더라니.


 변명거리만 늘어놓는 것일 수도 있으나, 아들내미가 점점 커가면서 활동량은 엄청나지는데, 내 심신은 따라주질 않으니 일단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막심하다.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고 하루종일 내 시간도 없이 혼자 끼고 지내려니 그 압박감이 내 목을 조여와서 숨 쉴 틈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화를 내는 횟수도 잦아지고, 감정 컨트롤은 그야 말로 아웃 오브 안중인 것이다.


 이런 나의 속을 알 리 없는 남편과 아이는 덩달아 이유 없이 피를 본다. 혼자만의 시간을 집안에서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는데, 이미 온 종일 아이에게 시달린 저질 체력으로는 바깥조차 나가기 싫어지며, 더불어 더워진 날씨는 사람 진을 빼기 일쑤이니 그야 말로 답도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그러다 보니 괜한 사람들도 미워지고, 모든 게 원망스러워지는 감정에 휩싸여 앞이 안 보일 때가 더러 있다. 마음 속으로 온갖 신은 다 찾아대며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이미 버럭한 상황에, 울컥해버린 마음에 뭔들 달라지겠는가.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그래도 글씨를 끄적이며 마음을 달랠 때가 제일 이성적으로 변하기 좋은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럴 거였으면 혼자 살 걸 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사는건지 모르겠단 생각도 가끔 들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라져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속으로만 상상하고 멈춘다. 비명횡사만큼은 안 될 일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아주 오랜 시간 들이키며 멍하니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미처 치우지 못 한 바닥의 머리카락과 먼지에 질식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시간이 되도록 오랫동안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멀리 여행 가서 늘어지게 아이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남이 해 주는 밥 얻어 먹으며 지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아마 그 곳은 지상낙원일 것이다. 이래서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하나 보다.



 열심히 시달린 자여, 언젠간 떠날 수 있으리라!


 물론 가족과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그 날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