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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Aug 26. 2017

실패한 다이어트

무엇을 위한 다이어트인가


 몸살이 났다. 아찔할 정도의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다.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의 에너지는 고갈되어 버렸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들었던 새벽 그 사이에 목이 칼칼해졌는데, 그 찰나의 순간으로 병이 난 것이다. 내가 켜켜이 쌓아 올렸던 젠가를 내 아들이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린 것처럼.


 그간 운동을 하며 저질 체력을 조금은 단련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엔 크나큰 오산이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먹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런 식으로 먹고 살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빈곤한 식단의 연속이었다.


 아침엔 시어머니께서 아로니아와 바나나, 사과 , 그리고 저지방우유를 넣고 갈아주신 쥬스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선 아몬드와 호두를 적정량으로 먹고 요가를 다녀왔다. 집에 오자마자 물 한 잔을 들이키며 달걀 두 개를 불 위에 올려놓고 샤워를 했다. 삶은 달걀 두 개와 요거트, 그리고 체리 한 줌을 맛있게도 먹었다. 배가 고프면 자두 큰 것을 한 개 더 먹었다. 그것만으로도 성이 안 차던 날에는 얼려 두었던 인절미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위가 쓰리지만 않을 정도로 아몬드 브리즈 한 잔과 방울토마토 몇 개를 집어먹고 말았다. 종종 가족끼리 외식을 하던 날에는 돼지 목살도 구워먹었다. 물론 그런 날이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생기면 굳이 거르진 않았다.


 그래도 운동량에 비해선 터무니 없이 적은 양을 섭취했던가보다. 남편과 시부모님께선 걱정스러워 하셨지만, 정작 내 스스로는 그런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다이어트란 원래 이렇게 빡세고 고달픈거야, 라며 스스로를 더욱 몰아세웠다. 그 결과, 다이어트 두 달만에 앓아 누웠다. 이게 진정 내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였을까?


 참다 못 한 가족들은 나를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끼니가 될만 한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댓가로 몸이 망가졌다면서, 밥이 되는 것을 먹으라며 닦달 아닌 닦달을 해댔다. 처음엔 모두가 내 모습을 비난하기 바빠서 저러는가 싶어서 잔소리로만 여겼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모두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난 여전히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도,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는 법도 모르고 있었다.


 있는 힘을 쥐어 짜내서 겨우 몸을 일으키곤 그 길로 곧장 병원으로 향하였다. 엉덩이가 아릴만큼 센 주사 한 방을 맞고나니 정신이 조금 차려졌다. 퇴근 길에 시어머니께서는 소고기를 사오셔서 바로 구워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그저 살고봐야지, 먹어야지, 그 생각 뿐이었다. 먹고 나니 전신으로 따뜻한 온기가 퍼지면서 그제서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 무리하면 병이 절로 찾아온다. 내가 이 나이에 연예인이 될 것도 아니고, 재가를 할 것도 아니고, 미스코리아가 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악을 쓰며 내 몸을 돌보지 않았다 싶다.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반이라던데, 적당히 먹고 즐길 정도의 운동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지향해야겠다. 다이어트는 육체는 물론 내면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빼빼 마른 몸매가 되어 겉모습만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다이어터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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