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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Jul 24. 2017

미련한 나란 사람

그립기만 한 제주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제주가 너무 그리운 요즘이다. 육지에 와서 아이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 동안 망가졌던 나의 몸을 추스려 보기 위해 필라테스도 배우기 시작했고, 근처 산책로를 걷기도 하면서 분명 더 여유롭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없이 제주가 그리워진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딘 가에 정착하지 못 하고 붕 떠 있는 기분이 지속되고 있어서 착잡할 뿐이다.


 예전에 제주에 살 때는 자주 찾아가지도 않았던 곳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그 습습한 풀내음 마저 그립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자유로움이 가득한 것 같은 바다와 모래사장도 만끽하고 싶다. 짠내에 흠뻑 취해 돌아다녀도 마냥 좋을 것만 같은데, 이를 어쩌지. 정말 제대로 향수병에 걸린 듯 싶다.


 사실 이틀 후부터 일주일 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가정보육 기간에 접어든다. 남편에게 몇 주 전부터 보채고 보채서 긴 말 필요 없이 이 기간에 제주로 떠나자고 했다. 아직 제주에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서 그런 지 몰라도 더욱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차라리 집이라도 팔렸으면 미련이라도 안 남을텐데 말이다.


 애써 쿨 한 척 떠나왔는데, 정말 쿨 몽둥이로 몇 대 맞아도 쌀 정도로 하나도 괜찮지 않다. 어린 아이를 키우기에도, 나만의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라도 육지 생활이 훨씬 낫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겠는데 마음은 아직도 제주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제주라는 끈을 붙잡고 놓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졌다. 제주가 그리운걸까, 사람들이 그리운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흔한 백화점도 없다며 투덜대던 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이렇게 제주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갔던 신제주의 마트가 쇼핑 공간의 전부였는데도, 비가 오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마땅히 갈만 한 곳이 없었던 작은 섬이 이렇게도 그리울 줄이야. 내 마음 상태에 놀라울 따름이다.


 남편과 며칠 전 저녁에 산책을 나가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꺼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다 커서 성인이 되고, 양가 부모님 모두 다 안 계실 때가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다시 제주로 돌아가자고. 그 땐 진정한 제주살이를 해보자며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살면서 두고 봐야겠지만 진정 먼 미래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여하튼 이번 휴가는 제주로 떠난다. 이렇게 기다려지는 여행이 또 있을까? 기대가 한 가득 품어지니 우울감도 조금씩 사그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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