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나는 제주살이를 마무리 짓고 육지로 올라왔다. 제주를 떠난 것은 삶의 실패와 성공, 이런 가치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그저 인생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고, 그에 따라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제주가 다른 나라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지금의 선택 또한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러 물었다. 제주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아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냐고, 혹은 연고도 없는 곳에서 버티다 버티다 포기해버린 것이냐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라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떠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이유야 복합적이겠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다른 길을 택한 것이기에 후회를 해도 나의 몫이다. 그것이 제주살이의 성공과 실패로만 생각할 일이 전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제주에서의 삶의 만족도는 여러모로 괜찮은 편이었고, 떠나기에 아쉬움도 무척이나 컸지만,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뒤돌아보지 않으려 할 뿐이다.
삶의 방향을 정할 때, 이번 일로 배울 수 있던 것은 '절대' 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인 일은 없다는 점이었다. 육지를 떠나 제주로 오면서 두 번 다시 육지에 발 붙일 일은 없겠지, 생각했던 내가 그 후로 5년이 지나 다시 육지로 돌아왔으니. 모든 일을 섣불리 장담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조금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유일하게 그리운 것은 바다의 짠내 정도다. 며칠 더 지나면 오만가지 이유를 대가며 제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발버둥 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현재까지는 이러한 생각에 머물고 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고.
주말이면 마트에 가서 장보고 놀다 오는 것도, 갈 데가 없으면 유모차나 차를 끌고 어딘가를 가는 것도, 멀리갈 수 없으면 근처 수목원이나 공원을 찾아 나서는 것도, 제주나 육지나 다를 바 없다. 단지 바다를 못 봐서 좀 아쉽지만, 밥먹고 돌아다니는 행동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나는 아이를 돌보며 하루가 가기만을 기다렸던 일상이 전부였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해진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난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서 뭐 하지, 뭐 먹지에 대한 고민으로 일상을 마무리 지었다.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이따금씩 밀려오며 육지 생활에 적응해 가는, 그런 하루하루가 점차 쌓여가면 향수도 무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