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획자가 아니라 불만자

기획자였습니다 - 1

by egg fly


최근에 성인 심리 상담을 받았다.

아마 처음이었던 거 같다.


상담 주제, 불안


때때로 걱정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회사를 다니면서

환경과 사람 그리고 책임으로 인해 더 가중되었다.


회사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 가족 이야기,

상담 50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의 양면성을 전해 듣게 되었다.


성장과 발전,

그리고 그 포장지를 벗기면 나오는

불만족.


첫 상담의 시작은 '불안'이었지만

내 머릿속을 계속 둥둥 떠다니는

'불만'을 곱씹어보았다.


불만족,

친구들과 가족들을 통해

그들보다 불만이 조금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는 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꺼내놓은 불만은

참고 참다 이내 못 참고

툭 튀어나온 것이다.


애석하게도 내 안에는

더 많은 불만이 숨겨져 있다.

그중에 고르고 골라

엄선한 나름 최고의 불만만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결코 감사와 만족을

모르는 인간은 아니다.

그저 불만의

입김이 더 셀 뿐이지.


나에게 불만은

어떤 존재일까.


나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지만

동시에 내가 가진 불만을

해결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불만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또 개선하고자 하면

결국 해결해 내는

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기획자였고,

기획자인 내가 너무 좋았다.


난제나 수수께끼 같은 불만은

나를 기획자로 만든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내 영역 밖의 일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

불통의 환경들을 만나게 될 때면

불만자가 된다.


불만자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엉켜버린 실처럼 되어버린다.


꼬인 실을 난제로 착각하곤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깊은 고민과 생각에 빠진다.


그렇게

기획자인 양 행세를 하는

불만자가 된다.


내 손에 쥐어진

실을 풀어내야만 하는데

꼬일 대로 꼬여버려서 풀 수 없는 실을

풀려고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난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답답하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쥐고 있던 실을 손에서 놓아버리곤

더 좋은 실을 찾아 나선다.


이 실은 잘 엉키지 않기를 바라면서

혹여

꼬이더라도

이번에는 꼭 쥐고 놓지 않겠다

다짐하면서


어쩌면 나의 본질은 불만자가 아닐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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