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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Jan 08. 2023

#2 관세사 시험 길라잡이

시험준비 시 주의할 점과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하여

어쩌면 수험기간 동안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주변의 온갖 유혹과 감정변화를 무시하고 공부에 집중하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게시글에선 이러한 것들을 견뎌내는 소소한 방법들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Part 3. 수험기간 동안 주의할 점.


→ SNS 금지


개인적으로 가장 금기시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도 SNS를 많이 했던 1인이지만 수험기간에는 어플을 삭제했었다. 그러다가 몇 번 호기심에 접속해보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나와 비교되는 친구들의 일상에 심적인 불편함만 느끼고 로그아웃하기를 반복했었다. 곧이어 나올 얘기와 연결되는 이야기이지만 수험기간은 최대한으로 나의 루틴을 단순하고 습관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심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변수가 생길 수 있는 SNS는 멀리할수록 좋다.

요즘 학습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공부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SNS에 그날의 공부기록들을 업데이트하는 수험생들도 봤지만 난 그게 오히려 자신을 계속해서 유혹에 노출시키는 행위인 것 같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자기 통제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상관없을 것 같지만. 

평소 SNS로 확인하던 주변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였다. 개인적으로 프로필 사진만 확인하더라도 SNS에 대한 향수가 많이 사라졌었다.




→비교금지


SNS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요지는 '타인과의 비교' 때문이다. 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준비하는 미래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수험기간 동안엔 너무도 쉽게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된다. 

'누구는 어느 대기업에 취업했다더라', '누구는 어떤 시험에 합격해서 이미 일하고 있다더라'하는 소문이 들리게 되면 어두운 독서실에 혼자 있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 보이고 마음이 조급해지게 되는 걸 경험자로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공부를 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거두고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수험생을 비교 대상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기만 잘해서 평균 60점이 넘으면 합격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남이 못해야 내가 붙는 시험이 아니라 내가 평균 60점이 넘어야 합격을 하는 절대평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다른 수험생의 시험 자료를 탐내서 괜히 공부할 양을 늘리지도 말고 서로를 경쟁자로 의식하여 서로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것도 불필요한 경쟁이다. 

나는 친한 친구와 함께 공부를 했다. 물론 각자 다른 지방의 독서실에서 공부했지만 늦은 밤공부를 끝내고 귀가하는 길에 통화를 하며 그날 공부했던 부분들을 서로 물어봐주기도 했다. 그런 상호 협력이 외로움을 상쇄시켜주고 서로 의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런 선의의 경쟁자가 있다면 함께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같이 힘을 합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생각 금지


내가 시험 보기 2달 전에 번아웃이 온 이유는 어느 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앞에 쌓인 책들을 보았는데 '이걸 도대체 언제 다 끝내지', '끝낼 수 있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극도로 불안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쓰나미처럼 덮쳐 방어할 새 없이 정신을 지배했고 글이 안 읽힐 정도로 너무 힘든 나머지 짐을 싸서 평소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가 가장 취약한 시점에 순식간에 온몸에 전염된다. 이것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 바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으면 기분 전환이 되는 것처럼 공부와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올 때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여겨지면 '오 이거 왠지 시험에 나올 것 같은데?' 또는 '이 부분은 왠지 중요해 보여'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마치 내가 보고 있는 그 부분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자신을 속이고 책을 읽게 되면 어느 순간 다시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책을 보고 내용을 입으로 되뇌거나 손으로 끄적거리면서 신체를 사용하여 몸을 바쁘게 하는 것이다. 정신없이 책을 읽다 보면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일상을 단순하고 습관적으로 만들기


수험기간에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있는 여자친구랑 헤어지지 말고, 없는 여자친구 만들지 말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현재 내가 적응해 있는 이 상황에 변수를 만드는 것만큼 위험요소가 큰 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지게끔 스스로를 세팅하는 것에도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기간에는 기상시간 및 식사시간, 그리고 취침시간을 큰 틀로 하는 시간표를 만들어두고 그에 맞게 생활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매우 습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집-독서실, 공부-식사'를 반복하는 단순한 계획일수록 좋다. 

경험상 1달만 스스로 만든 시간표를 따르면 몸에 배어서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지 않으면 뭔가가 허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가끔씩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일주일에 한 번 평소와는 다른 걸 하면서 쉬는 것으로 해소해주면 좋다.




→극단적인 행동 금지


수험공부는 특별한 의식이 필요하거나 어떤 대단한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확신 있는 마음과 결단력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세우거나 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수험공부를 시작한다고 매일매일 중독처럼 하던 SNS어플을 하루아침에 삭제한다던지, 아침에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깝다고 반삭을 한다던지,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인데 어느 날 갑자기 카톡을 삭제한다던지 하는 방법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금단 증상에 빠져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되, 스스로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잘 통제하기만 하면 된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SNS를 그만하고 싶다면 이용빈도를 줄여나가다가 삭제한다던지, 주변 사람들에게 시험공부한다는 것을 알리고 연락을 자제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Part 4.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법.


→명상


수험기간 동안 내가 가장 도움을 받았던 방법이다. 나는 아침에 독서실에 와서 제일 먼저 한 행동이 10분간 명상을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조용한 독서실의 내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몸에 긴장을 풀고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면서 독서실의 공기, 책상과 의자의 촉감 등을 느끼면서 나를 환경에 맞게 세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만히 내버려 둠으로써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공부를 시작하면 머릿속이 정리되어 내용이 더 잘 이해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휴식시간마다 똑같이 명상을 해줌으로써 불안한 마음을 통제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쉬운 방법이지만 내면의 잡생각을 다스리기에는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난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틈틈이 명상을 했다. 긴장감이 가득한 시험장에서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실수하지 않게끔 스스로를 주입하는 데에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주위에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명상을 강력 추천한다.




→광합성


명상과 함께 내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던 것이다. 

수험생들은 매일 어두운 독서실에 갇혀있기 때문에 햇볕을 보는 시간이 정말 적다. 나는 지중해성 기후로 유명한 포르투갈에서 유학할 때 매일매일 밖에 나가서 짱짱하게 해가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일상의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햇볕이 우리의 감정변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리프레쉬에는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휴식시간 틈틈이, 그리고 식사 후에는 무조건 독서실 옥상에 올라가서 커피를 한잔 하며 햇볕을 쬈다. 그리고 소리 내서 암기할 내용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햇볕을 쬐며 입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식물만 광합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도 주기적으로 광합성을 해주어야 삶의 활력을 느낀다.




→충분한 휴식


공부를 열심히 한 만큼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매일매일 공부할 수 있는 수험생은 정말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1주일에 6일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했다면  최소한 하루는 자신을 위한 선물로 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날은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본다던지, 여자친구를 만난다던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좋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여자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를 풀었다. 우리는 길고 긴 레이스를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간을 건강한 마인드로 달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도 필수적이다.




→플랜 B 


공시생이나 고시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는 만약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일 것이다. 매우 공감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이를 따지고, 스펙을 따지고,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합격하는 그날을 위해 시험판에 뛰어드는 것이고 열심히 한다는 가정하에 버티면 '언젠가'는 붙는 시험이다. 하지만 그 '언젠가'라는 미지의 시기가 주는 불안감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공부 중에도 계속 '이게 맞나'하는 의심과 '지금이라도 그만둘까'하는 고민이 수시로 드는 것이다.

물론 뒤를 생각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힘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배수의 진은 말 그대로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기 때문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엔 '플랜 B'를 세워두고 '이 길이 아니면 플랜 B를 하지 뭐'하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돼!' 보다는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하는 생각이 수험기간 내내 받을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며, 합격이 아니면 인생의 실패자가 된 것 같은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실제로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무역에 대해선 준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게 되고 이론적으로는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2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별다른 공부 없이 바로 국제무역사 1급과 무역영어 1급을 딸 수 있었고,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유통관리사 2급도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포워딩 회사에 바로 취직도 했다. 비록 합격하고 퇴사하긴 했지만..

관세사 시험 준비 그 자체가 하나의 스펙으로서 다른 도전을 할 때 좋은 밑받침이 되기 때문에 이 시험에만 얽매여서 인생계획을 짜는 부담감에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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