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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CAEL Jan 04. 2023

#1 관세사 시험 길라잡이

시험에 입문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2020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관세사 시험판에 발을 넣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막연히 고민만 하고 있었고, 1차, 2차 시험이 어떤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검색해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었다. 일단 시작하고 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시험판에 발을 들이게 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유럽에서 유학할 때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역업의 맛을 조금 보고 흥미를 느껴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공부였다. 그리고 2년 간 어두운 터널 속에서 참 다양한 감정과 희로애락,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나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러했을 테지만, 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인강에 의존한 채 내 방 또는 집 주변 독서실에서 고독하게 공부했다. 공부법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 심지어 어떤 볼펜을 써야 하는지 까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고, 그 당시에는 그런 걸 물어보기 위해서 온라인에 글을 남기는 행위들이 시간낭비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혼자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서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고, 경험해 보고, 다양한 볼펜을 써보면서 나에게 맞는 공부방법과 볼펜을 찾아 정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 공부를 시작하거나 시작하려는 수험생분들께 약간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수험생활을 조금 녹여보고자 한다.




목차

Part 1. 2차 공부를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 

Part 2. 수험공부 준비물 

Part 3. 수험기간 동안 주의할 점 

Part 4.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




Part 1. 2차 공부를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



→겸손의 미덕.


최종적으로 관세사 시험은 2차를 합격해야 끝이 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2차 시험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나의 경우 1차를 무난하게 공부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합격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이라고 여기며 2차 온라인 강의가 시작하기까지 1달을 쉬었다. 속된 말로 합격'뽕'에 취해 있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육체를 지배했던 터라 언제 어떻게 시작하던 잘 적응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2차 시험과목 중 관세법과 무역실무는 1차 과목과 연계되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일 것이라 생각했던 자만심도 있었다. 

그렇게 방심한 상태로 한 달 뒤에 시작한 2차 시험공부는 시작부터 갈피를 못 잡게 했고, '관세율표와 상품학'(이하 'HS')이라는 과목은 10월까지 손도 못 대고 있을 정도로 공부에 있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1차 때 공부했던  관세법과 무역실무는 다른 과목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깊이와 범위가 1차와는 차이가 컸고 암기해야 할 것은 상상을 훨씬 벗어날 정도로 많았다. 


결론적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앞서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1차 시험이 끝나고 주어지는 1달 동안 2차를 공부할 책이 없다면 '2차 과목들이 각각 어떤 내용들을 배우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계획을 세워서 공략해야 할지' 등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머리를 너무 믿지 말고 처음부터 암기하고 암기하고 또 암기해야 한다. 나는 선이해 후암기를 선호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정해진 시간에 공부분량을 끝낼 수가 없음을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깨달았다. 외워야 할 양이 정말 많다는 것을 먼저 알아두고, 공부를 시작하는 초반부터 과목당 챕터당 핵심 포인트는 눈에 꾹꾹 담아 외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감은 매우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이를 넘은 자만심은 나의 경우처럼 시작부터 스텝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둔감해지자.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큰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것과 같다. 파도를 가로지르며 물결을 타고 흐름에 몸을 맡길 수도 있지만 헛디디는 순간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를 시작한 이상 스스로를 일상의 틀에 맞추게 되고 밥 먹는 시간도 신경 써야 하며 자유에도 어느 정도 제한이 걸리게 된다. 신경은 예민해질 것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자유낙하와 수직상승을 오갈 수도 있다. 슬럼프 없이 무던하게 결승선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공부라는 흐름에 탑승하여 눈이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아무'생각'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생각'이란 바깥사회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누구는 벌써 취업을 했다더라', '누구는 졸업하고 대학원을 갔다더라'하는 사회의 소식은 별 것 아닐지라도 수험생의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때로는 조급함을,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한껏 민감해진 감정은 그날 하루의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다시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나 역시 2차 시험 보기 2달 전, 처음으로 '번아웃'이란 것을 겪어봤다.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이를 이겨내기 까지 3일의 시간이 걸렸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말마따나 주변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 둔감한 수험생이 묵묵히 완주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진부한 말이지만 결국 오랜 시험기간을 함께하는 유일한 동반자는 나 자신이다. 상대를 잘 파악한 커플이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해서 사전에 잘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준비를 하는 수험생은 시작부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야행성인지, 아침형 인간인지 / 밥을 조금 먹고도 활동이 가능한 지 / 카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체질인지 / 잠을 8시간 이상 자야 하는 체질인지 등을 미리 알면 더욱 좋고, 모른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고 스스로에 대해서 파악해 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90명의 합격자가 있다면 90개의 공부방법이 있는 만큼 필승전략은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art 2. 수험공부 준비물


공부는 건강한 신체와 책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보조도구가 있다면 더욱 쾌적하고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기에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만큼은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아이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2단 독서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2단 독서대는 수험생의 필수템이다. 

나는 고3 때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필요할까?? 생각했지만 반신반의하며 한번 쓰기 시작하니 이후 독서대가 없이는 목이 너무 아파 책을 보지 못했다.

나는 1차 때부터 사진과 같은 2단 독서대를 구입하여 2차까지 매일매일 사용했는데 아주 만족했다. 높낮이가 조절되어 나의 앉은 키에 맞춤으로서 장시간 책을 보아야 할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사진과 같이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올려놓을 수 있어 인강을 듣기에도 아주 좋다. 또한 여러 책을 동시에 펼쳐보아야 할 때도 용이하기 때문에 공부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




2. 펜그립 (출처: 네이버 이미지)

2차는 '펜심'이다. 누가 더 정확한 답안을 상세하게 쓰는가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특히 학원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 시즌에 답안지를 많이 써보고 연습해 보는 것이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펜을 미리 골라놓아야 하고 그립법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펜을 잡고 있었야 하기 때문에 사진과 같은 펜그립이 필요하다. 나는 '모닝글로리'에서 판매하는 실리콘 펜그립을 사용했는데 이게 없으면 글씨를 쓰다가 손가락이 아파서 불편하다. 장시간 편하게 볼펜을 잡을 수 있어야 글씨도 바르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험기간 내내 볼펜에 펜그립을 끼워서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잘했다고 생각한다.




3. 볼펜 (제트스트림 0.7mm)

2차 시험은 연필이 아닌 검은색 볼펜으로 서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에게 맞는 볼펜을 여러 가지 써보고 미리 익숙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제트스트림 0.7mm를 썼다. 1mm는 너무 굵어서 글씨를 빨리 쓰기에 불편하고 0.5mm 이하는 얇은 감이 있어 부드럽게 글씨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격생들마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굵기와 펜은 다 다르기 때문에 꼭 여러 볼펜을 사용해보고 고르길 추천한다.




4. 초시계

나는 순공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초시계를 사용했다. 매일매일 공부를 마치고 그날의 순공부 시간을 플래너에 기입해 놓고 일주일 단위로 훑어보면 내가 평소에 어느 정도 공부에 집중하는지 데이터가 쌓이고 내 집중력과 공부량에 맞춰 다음 주 공부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자기반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초시계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5. 귀마개


처음부터 귀마개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는 감각이 예민해져서 약간의 소음에도 신경이 쓰인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독서실에서도 귀마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는 필수템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 볼펜 딸깍거리는 소리가 순간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음이 차단되면 온전히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다른 자격증 시험을 볼 때에도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다.




6. 다양한 형광펜


공부량이 많을수록, 시험이 다가올수록 회독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다 가져가기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내용의 경중을 나눠 중요한 부분을 더 눈에 담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형광펜은 그러한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하는 도구이다. 

나는 중요한 워딩에도 형광펜을 다르게 사용했는데, 예를 들어 '세관장 신고 요건'은 파란색, '관세청장 승인 요건'은 노란색으로 표시해서 주체가 다름을 강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뇌는 시각적으로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색깔과 내용을 매치하여 공부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기억할 수 있고, 빠르게 회독하기에 용이하다.  




7. 파일철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서 공부한다면 각 수업마다 엄청나게 많은 프린트물이 주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파일철에 정리하지 않고 쌓아두면 산처럼 쌓여서 보기도 싫어질 수 있다. 나는 과목별, 모의고사별 파일철을 따로 만들어서 분류하고 내가 정말 자주 봤던 프린트물을 아예 제본을 해서 책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니 시험이 다가올수록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기 쉬워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수험기간 동안 주의해야 할 점들과 수험기간 동안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개인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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