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은 못 참아!!
대학교 3학년 때까지 난 삼성의 충성 고객이었다.
핸드폰은 무조건 삼성 갤럭시를 사용했고, 노트북도 삼성 꺼였다.
우리 가족 모두 토종 국산 브랜드를 사랑하여 가전제품은 LG, 핸드폰은 삼성을 애정하며 구매해 왔다.
그날이 있고 나서 내가 애플병에 걸리기 전까진 말이다...
때는 2016년 겨울, 제대 선물로 엄마가 당시 최신 폰이었던 갤럭시 3를 선물로 주셨다.
난 내 손안에 들어온 물건은 상당히 애지중지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흠집 하나 나지 않도록 잘 간수하며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다가 포르투갈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어느 리스본의 겨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중심가에 있는 맥도날드 2층 구석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구석에 있었지만 2층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눈이 마주치는 자리에 있었던 탓일까, 누추한 차림의 노숙자가 2층으로 올라와 두리번거리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곤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책만 보고 있던 내 눈앞에 A4용지 종이 한 장을 들이밀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뭐지... 도와달라는 뜻인가??' 포르투갈에 도착한 이후 심성이 고운 사람들만 만나서 한껏 경계심이 사라져 있던 난 순진하게도 그것이 적선을 구하는 손길인 줄 알고 마구 흔드는 종이에 적힌 글씨를 알아보고자 주의를 기울였다. 30초쯤 흔들었을까, 그는 그렇게 다시 물러갔고, 난 종이에 적힌 글씨들이 아무 의미 없는 낙서인 것을 알았다.
'그냥 조금 모자란 사람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는 다시 공부에 열중했고, 그렇게 30분을 더 앉아있은 뒤,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라??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싸함을 느끼며 주변 책상과 의자 밑을 샅샅이 뒤졌다.
없다. 산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것이나 다름없는 내 갤럭시 3가 없다.
그리고 다시 그전 상황들을 찬찬히 되새김질하다 보니 내 기억의 발자국은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에게 가 닿았고, 그 마구 흔들던 종이가 내 시선을 빼앗고, 핸드폰 마저 뺏기 위한 눈 속임용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할부금도 끝나지 않은 내 갤럭시 폰은 리스본에서 나와 결별했고, 그렇게 나와 삼성의 인연은 매듭지어졌다.
다행히(?) 그 사건이 있고 며칠 뒤가 블랙프라이데이였고, 난 핸드폰 판매점에서 애플에 대한 호기심 반, 저렴한 가격 메리트 반인 심정으로 나의 첫 아이폰인 귀여운 SE 모델을 구입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와 그립감으로 꽤나 만족스러웠던 그 친구는 내가 실수로 아스팔트 바닥에 떨궈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거의 3년 이상을 나와 함께했다.
그렇게 애플에 대한 첫인상은 호감이었고, 이후 없는 주머니를 긁어모아 오래된 삼성 노트북을 대체할 새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괜찮은 가격에 2015년형 맥북에어가 매물로 나와 중고로 구매하게 되었다. 매우 가벼운 무게와 빠른 속도, 아주 매끄러운 터치패드와 아이폰과의 신속한 연동성은 나에게 또 다른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또한 학생이었던 당시는 주로 워드와 PPT 작업만을 했었고, 맥북의 자체 프로그램인 키노트(Key Note)와 같이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간편한 프로그램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트북 커버를 열었을 때 영롱하게 불이 들어오는 사과 로고!! 그 감성은 오직 맥북으로만 느낄 수 있던 그것이었으므로 그 로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그렇게 잘 사용하던 맥북으로도 한계가 있었으니.. 이미 출시한 지 꽤나 된 모델인 데다가 사양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한 문서작업 및 인터넷 사용에선 아주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였지만, 내가 사용하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이나 영상 편집을 하려 하면 상당히 많이 버벅거리고 끊김 현상이 있었다.
이미 3년을 넘게 사용했기에 충분히 뽕을 뽑았다고 생각했던 찰나, 관세사 시험에 합격하고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노트북을 바꾸기 위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그 당시 난 애플병 말기였기 때문에 무조건 맥북으로만 알아보고 있었다. 그 종류가 에어인지 프로인지, 13인치인지 14인치인지 등을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았을 뿐, 삼성이나 LG 등 다른 브랜드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결국, 난 맥북에어를 사용하며 느꼈던 고사양 노트북에 대한 갈망에 못 이겨 최고 사양의 2021년형 맥북 M1 프로 14인치를 지르고 말았다. 저장 용량도 무려 1TB로 바꿨다. 가격은 뭐... 당연히 내가 샀던 물품 중 가장 비쌌다. 역시 비싸면 그 값을 한다고 했던가. 사진 편집도 아주 매끄럽게 할 수 있었고, 해상도도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다. 맥북에어를 사용하며 느꼈던 발열이나 소음도 없고, 배터리도 오래가고 화면도 크고 너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다.
만족감을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는 매우 골칫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약 1년 간 맥북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실생활의 불편함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맥북프로의 단점>
1. 가격이 비싸다. 옵션 하나 추가할수록 쭉쭉 올라간다.(하지만 구매한 사람들은 이 부분은 감안하고 구매했을 것이므로 생략)
2. 무게가 무겁다.
맥북에어를 사용할 때는 가방에 그냥 쏙 넣고 다녀도 그 존재감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백팩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물건을 넣고 다녀도 괜찮았다. 하지만 크로스백을 주로 사용하는 요즘, 맥북 프로 하나 가방에 넣으면 묵직한 게 존재감이 바로 느껴진다. 14인치가 1.6킬로라는데 확실히 여성분들은 가지고 다니기에 조금 버거울 수 있을 것 같다. 16인치를 샀으면 집에서만 써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3. 공인기관이나 은행 홈페이지에 로그인할 때 공인인증서 및 관련 프로그램 설치가 굉장히 까다롭다.
계속 오류가 나고 설치가 제대로 안돼서 결국 옛날에 쓰던 낡은 삼성 노트북을 심폐소생술해서 사용하곤 했다.
4. 엑셀을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다.
내가 노트북을 바꾸고 싶은 아주 근원적인 이유이다.
업무 특성상 나는 엑셀을 아주 많이 사용하며, 회사에서는 윈도우 노트북을 사용하므로 윈도우 단축키에 익숙해져 있다. 지금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도 그리 좋은 사양이 아니라서 가끔 집에서 업무를 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는 엑셀 파일을 맥북에서 열어보기도 하는데, 단축키도 다를뿐더러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오류 메시지도 자주 떠서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확실히 업무용 노트북은 아닌 것 같다.
코딩을 하거나 사진 편집, 영상 편집을 주로 하시는 분들께는 최고의 노트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나도 편집을 할 때는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고, 그 분야에서는 아무도 이의제기를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업무를 위한 엑셀 작업 등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도구가 되지 못할뿐더러 너무 오버스펙인 듯싶다. 역시 자기의 업무환경에 맞는 장비를 갖추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이렇게 약 6년 간의 애플빠였던 나도 이제 다시 삼성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핸드폰도 지금은 SE2를 쓰고 있고 사용에 아무 지장이 없지만 만약 망가지거나 하면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갤럭시 플립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함께한 세월이 있기에 애플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역시 한국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때는 윈도우 환경이 가장 좋은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