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꾸밀 줄 아는 것의 중요성
"에이 남자가 무슨 화장이야!"
"그냥 아무거나 입어~ 어디 패션쇼 나가니??"
외출 준비를 하고 있을 때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소리일 것이다.
나의 경우, 특히나 보수적이었던 아버지 또는 삼촌들과 함께 있을 때 거울 앞에서 열심히 피부관리를 하고 있노라면 꼭 저런 말들을 한 마디씩 듣곤 했다.
난 극지성 피부를 타고났기 때문에 여름엔 피지가 폭발해 트러블이 나기 일쑤였고, 피부가 얇고 민감하여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내 피부타입에 맞지 않는 화장품을 바를 때면 즉각적으로 그 반응이 나타났다. 그래서일까, 외모에 특히나 예민한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피부과를 자주 들락날락했고, 트러블을 관리하는 방법들을 열심히 찾아보며 미용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주변 다른 동성친구들 보다는 좀 더 섬세하게(?) 스스로를 가꾸는 편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남자들도 하면 좋은 일상 관리들을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남자들도 기본적으로 관리하면 좋을 것들>
1. 제모
난 수염이 많이 나는 편이다. 언제 면도를 처음 시작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빠가 아침마다 하시던 날면도가 멋져 보여 중학교 때인가 면도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던 건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면도는 한 번이라도 하는 순간 그 부위의 수염이 굵게 자라기 때문에 그때부턴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클수록 수염은 굵게 자랐고, 20살 때 대학에 입학할 즈음엔 시퍼런 수염자국이 뚜렷하게 보였다. 하루에 최소 한번, 아침에는 면도를 해야 했고, 오후가 되면 다시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자랐다. 그래서 제모를 결심하게 되었다. 면도를 매일 하는 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나를 제나이로 봐주지 않는 것이 더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나처럼 수염이 굵고 많은 사람들은 제모를 최소 10회 이상 받아야 한다. 난 20살 때 5회를 받고, 최근에 다시 10회를 받아서 총 15회 정도 제모 시술을 받았다.
제모를 하는 그 순간은 정말 아프다. 아무리 마취를 한다거나 얼음으로 진정시켜 준다고 해도 레이저로 얼굴 군데군데를 쏘는 그 약 2~3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은 마치 벌떼의 집중 공격을 받는 듯 화끈거리고 미친 듯이 따가웠다. 특히 인중 부위에 레이저를 쏠 때는 눈물이 찔끔 나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견뎌내야 했고, 그 결과는 너무 만족스럽다. 반영구라고는 해도 경험상 몇 년 지나면 다시 수염이 스멀스멀 자라나기 시작하지만 최소한 요즘은 4일에 면도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수염이 적게 나고 그 덕분에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단, 제모를 받으면 그 이후부터 멋지게 수염을 기르는 건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수염을 관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고통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2. 눈썹 관리
난 눈썹도 굉장히 억세고 길게 자라는 편이다. 오죽했으면 미용을 전공한 우리 고모가 내 눈썹을 보고 짱구 눈썹 같다고 했을까.
워낙에 숱이 많고 잔눈썹이 많이 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커트를 하지 않으면 깔끔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처음엔 친누나가 눈썹 다듬는 것을 도와주다가 눈썹커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샵을 다니기 시작했다. 눈썹 왁싱을 하는 곳에서도 커트를 해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 피부가 약하고, 눈썹이 억세기 때문에 왁싱을 하면 피부에 더 자극적일 수 있어 커트를 요청드렸고, 전문가의 손길을 탄 눈썹은 확실히 전후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그렇게 눈썹을 한번 정리해서 라인을 잡아놓으면 그 이후엔 내가 조금씩 손질을 하면 비교적 간편하게 관리를 할 수 있다.
눈썹만 다듬어도 인상이 정말 많이 달라진다. 잔눈썹들을 없애고 눈썹 라인만 정리해도 깔끔하고 뚜렷한 인상을 줄 수가 있음을 나도 눈썹 전문샵에서 다듬어보고 느끼게 되었다.
3. 기초화장
피부는 유전이고 타고나는 부분이라는 건 인정한다. 내 군대 후임이 그랬으니까.
유난히 피부가 뽀얗고 투명했던 그 친구는 피부에 뭘 바르던, 인스턴트식품을 얼마나 먹든 간에 늘 깨끗한 피부를 유지했다. 반면, 늘 스킨-로션-수분크림 등을 챙겨 발라도 트러블이 주기적으로 나던 나는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부러워만 한다고 타고난 피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관리 여부에 따라 어느 정도는 케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처럼 피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그만큼의 노력은 평생동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피부 타입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피부 타입이 지성인지, 건성인지, 민감성 피부인지 등을 파악한 다음에 거기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서 스킨-엠플-수분크림과 같은 라인구성으로 아침-저녁 세안 후에 꼼꼼하게 발라줘야 한다. 어떤 화장품이 좋은지, 바르는 순서가 정확히 어떻게 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은 내 전문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 등을 참고하여 훨씬 더 전문적인 의견과 추천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나는 "닥터지"라는 브랜드의 스킨, 로션, 수분크림 등을 사용하는데 민감한 내 피부에는 잘 맞는 것 같아 정착해서 꾸준히 사용 중이다.
외출 시엔 선크림을 꼭 듬뿍 발라주고 귀가 후엔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으로 이중세안을 해준다. 이렇게만 해도 트러블 피부는 트러블이 유발되는 것을 많이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트러블이 난다면 집에서 혼자 짜려고 하지 말고 근처 피부과에 가서 압출을 받던가, 염증 주사를 맞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처리할 테지만 나처럼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서 짜는 게 적은 비용으로 크게 번질 수 있는 트러블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괜히 나처럼 흉터가 남은 뒤 후회하지 말고 꼭 병원에 가길 바란다.
그리고 립밤!! 겨울에 입술이 터서 하얗게 각질이 올라온 상태로 다니는 남성분들을 꽤나 많이 봤다. 남들의 눈치를 떠나서 그렇게 뒀다간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날 수 있고, 결국 아픈 건 나다. 올리브영에 저렴한 립밤도 많으니 하나 사서(난 주로 히말라야 립밤을 애용한다.) 생각날 때마다 발라주면 촉촉하고 좋다. 이왕이면 발색 립밤도 하나 사서 같이 발라주면 좀 더 생기 있어 보여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냥 발색 립밤만 바르면 너무 진하게 발려서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bb크림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아직도 bb크림을 화장이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남성 피부에 맞게 톤다운되어 어둡게 나오는 bb크림도 많고 자외선 차단기능까지 있는 기능성 화장품들이 많이 있다.
피부에 잡티 또는 트러블 자국 등이 있어 그런 부분을 가리고 싶다거나 칙칙한 피부 톤을 살리고 싶다면 그런 남성용 bb크림을 발라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매일 바르는 게 귀찮다면 중요한 행사 및 약속이 있는 날에 가볍게 발라만 줘도 훨씬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발라 가부키 화장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말이다. 그리고 만약 bb크림까지 발랐다면 꼭 귀가 후엔 이중세안으로 깔끔하게 지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미용분야 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입기, 근육 빵빵한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잔근육은 생기게끔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기,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향수 뿌리기 등 남자도 여성만큼이나 꾸밀 분야가 많고 그만큼 관심을 가질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 수 있고 아끼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나도 과거엔 "에이 뭐 저렇게 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하던 것들을 하나씩 경험할수록 스스로를 가꾸는 재미를 느껴가는 중이다.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꾸며나가는 기쁨을 많은 남성들도 알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게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