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사현

당신이 언젠가 오신단 얘길 전해듣고

나는 예기 작부가 되었소

내가 아니라 차마 당신이 실망하실까

창기는 되지 못하였소마는

어설픈 화장에 짙은 눈길을 주실까

곱게 분칠하면서도 내 얼굴은 내려놓질 못하여

임 오시는 그날까지 거문고를 뜯었습니다


쥐새끼 같은 버릇 남 주지 못해

그날 학교에 몰래 들어간 것과 같이

나는 지독히도 끔찍한 사랑을 하여

아침 햇살에 비친 칠판을 보셨다면

냅다 손사래 치셨을 그런 도둑질이


선생님, 저는 아직도 징그러운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변변한 사랑 놀음따위 결코 제게 허락되지 아니하였고

나이가 섣달 그믐달에 가까워짐에도 아직도 어린아이같이 굴어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고

아니 감히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초속 41km의 속도로 자그마치 4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대 오소서

그간 격조하였느니라고

남의 몸이 된 제가 마음으로 반기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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