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by 사현

추억을 너무 많이 묻어

나는 네가 있는 자리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또 기억을 되뇌이고

추억을 곧세워서

또 하나의 무덤을 만들고

네가 좋아하던 빨간 거베라 한송이

뉘여놓고


그렇게 내 묘지에는

이름이 없는 무덤들로 가득한데


마치 십 년 후에 열어볼 타임 캡슐처럼

묘지는 보물찾기가 되어


무덤을 파헤치고

헐어버린 무덤 앞에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또 삽질해야 하는 지난함에

묘지기로 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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