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템을 선정했으니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겠지. 나는 하루 빨리 이 쿠션이라는 화장품을 유럽에 알리고 싶었어. 이런 신박한 아이템을 보고 반하지 않을 사람들은 없을거라 확신했거든. 나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복귀한 회사를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예약했어. 그리고 프랑스로 가져갈 시제품을 만들었지. 떠나야 할 날이 정해져있으니 거기에 맞게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
다니던 회사 상사분의 도움으로 스무개 남짓되는 시제품을 만들었어. 첨부된 사진은 처음으로 만들었던 시제품 사진이야. 정말 많은 의미가 담긴 시제품이지. 이것들로부터 모든 역사가 시작되었으니까.
이제 시제품을 만들었으니 바이어를 찾아야 하잖아. 프랑스로 가긴 가더라도 최소한의 대책은 있어야 했지.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코트라였어. 출국 몇 일을 앞두고 코트라에 찾아갔더니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파리 무역관으로 바로 가보는 걸 추천하더라고. 코트라 한국 무역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서비스들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어. 그래서 프랑스에 도착해 파리 무역관으로 찾아갔지. 하지만 그때 들은 이야기는 코트라 본사를 통해서만 필요한 “유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거 였어. 답답함을 느끼며 코트라의 도움을 받는 것은 포기했지. 정식 절차와 비용이 필요한 일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큰 건 사실이었어.
그렇게 코트라로부터 도움받는 것은 좌절되었고 차선책으로 생각한 파리에서 열린 한 화장품 박람회장으로 갔어. 그런데 웬걸,,,, 이곳에서는 코트라에서 보다 더 빠르게 좌절할 수 밖에 없었어.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마자 뼈아픈 현실을 맞닥뜨리고 말았지. 이 곳에 나온 모든 이들이 돈을 지불하고 바이어를 만나러 왔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나는 10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야 깨달았다는 게 갑자기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졌어.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계획이 없었다는 거야.
현실 앞에 망연자실한 상황에서도 나는 배가 고팠어. 전시회장 구석에 폴(PAUL) 빵가게가 보여서 샌드위치를 사 먹기 시작했어. 샌드위치를 거의 다 먹고 어디로 가야하나, 이제 뭘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 두리번 거리는 두 명의 프랑스 여성들을 봤어. 나는 이제 다 먹었으니 내 자리로 와서 앉으라고 말한 뒤에 일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두 사람에게 물었어. 이 곳에는 무엇을 보러 왔냐고,, 두 사람은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 본사에서 일을 했었고 현재는 대학교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고 화장품 전시회장은 시장 조사차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해줬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물었지. 나는 챙겨온 시제품을 꺼내 보여주면서 제품 자료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어. 두 사람은 내 이야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여러가지를 제안해주었어. 먼저 대학에 와서 학생들에게 제품도 설명하고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어보라는 제안이었고, 두 번째는 브랜드 수출을 중개하는 지인을 소개해줄테니 만나보라는 거였지. 나는 두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프랑스 메이크업 학교 학생들 앞에서 시제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아주 중요한 인연도 만날 수 있게 되었어.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의 도움으로 나의 모험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돼. 다음 에피소드에서 자세히 이야기해줄게.
이번 이야기에서 엄마가 해주고 싶은 얘기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먼저 시제품을 통해 잠재고객의 의견을 들어보는게 중요하다는 거야. 아이템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번 생산이 되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만들어놓고 팔 사람을 찾게 되면 빨리 팔아야한다는 조바심에 하루하루 마음이 타들어가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쌓여있는 재고를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그저 싼 가격이 가장 중요한 유통업자들만 만나게 되지. 우리 제품이 필요하고 만족할 고객을 찾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거야.
그리고 두번째는 언제나 늘 방법은 있다는 거야. 앞으로 살면서 “아 이제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을거야. 그럴 때 좌절스러운 감정 자체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해. 도전하는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언제 해결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겪게 되거든. 그럴 때는 가장 소소한 일상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뭐” 하고 내일로 넘겨도 괜찮아.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면 결국 답은 찾아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