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걸어온 창업 10년의 시간이 마치 무명의 연예인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창업 초기에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당연하다는 듯이 "어떤 브랜드야?"라고 물어봤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어.
“브랜드 이름은 미래고, 유럽에 수출하고 있어서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러면 대부분 그걸로 대화는 끝나. 지인들이 "잘 되가?"라며 건네는 안부조차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는 말만 입버릇처럼 내뱉었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묻는 사람들조차 정말 궁금해서 물은 건지 싶기도 했어. 그 어색함과 불편함이 싫어서 도망치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
무명배우들의 입장을 상상해봤어.
그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기해요"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뻔해. “와~! 어떤 작품에 나왔어요?” 하지만 아직은 무명이니까, 출연작의 인지도도 낮고 역할도 크지 않았을 거야. 더 힘든 건 출연작조차 없는 상황이겠지. 매일 오디션에 떨어지기만 한다면, 스스로를 '배우'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나도 퇴사 후 창업을 준비하던 시간, 그리고 죽도 밥도 안 되던 상황에서 무명배우와 비슷한 처지였던 것 같아. “창업했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그 뒤에 붙는 질문이 너무나 버겁고 두려웠어.
그래서인지 나는 무명의 시간을 버텨내고 빛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해. 그들을 보면 내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것 같거든. "포기하지 마. 너의 길이 맞을 거야. 이 무명의 시간은 결국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야."
배우 오정세님의 수상 소감은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어. 꼭 내 이야기를 듣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100편 넘는 작품을 했지만, 결과는 모두 달랐습니다. 잘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똑같이 열심히 했을 뿐이죠.
세상은 불공평할지도 몰라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결과를 받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저 계속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보상이 찾아올 거예요. 여러분도 곧,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나게 될 겁니다.”
창업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무명의 시간들 속에서 지치고 불안할 때가 많아. 하지만 그 시간도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돼.
미래야, 네가 언젠가 비슷한 시간을 겪게 된다면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실망하지 말고, 자책하지 마. 너는 잘하고 있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네가 너를 알아주면 돼.
그렇게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너만의 동백꽃이 활짝 피어날 날이 반드시 올 거야.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