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11] 기록, 실패를 이기는 무기

by 트루브무아

나는 원래 기록을 잘하지 못했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기록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몰라. 창업 초창기에는 해야 할 일들이 쏟아졌고, 매 순간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생겨났거든.

그때 나는 일을 빠르게 쳐내는 데 급급했어. 당장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이미 끝난 일들을 돌아보고 정리할 여유가 없었지. 그러다 보니 그 일을 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어.


기록하지 않은 결과

기록하지 않은 결과는 뼈아픈 교훈으로 돌아왔어. 특히 동업자와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절정이었지. 모든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빠르게 결정해 나가면서 그 과정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해두지 않았어.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논리적으로 대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심지어 업무적으로 사용하던 메일 계정까지 삭제당해버리고 말았지. 청천벽력같았어. 계정복구를 수십번 요청했지만 결국 복구가능 기간이 지나 영구삭제되고 말았어. 그렇게 나는 동업자가 지어낸 스토리들로 인해 미래코스메틱 역사 안에서 사라질 뻔했어.

그때 정말 크게 깨달았어. 기록이라는 건 단순히 문서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걸 말이야. 기록이 없으면, 아무리 내가 옳아도 그걸 증명할 수가 없어.


기록이 주는 힘

기록은 내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는 장치야.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났을 때, 이전의 기록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줘.

요즘 나는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 그 일을 하면서 내가 뭘 배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꼭 기록하려고 해.

기록은 혼란스럽던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와 같아. 그동안 기록을 잘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위해 그토록 소중한 것들을 남기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야.


미래야, 기록은 너에게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경험이라도, 그걸 기록으로 남겨두면 언젠가 네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기록은 네가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말해주는 너만의 책이야. 네가 쓴 그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거야.

그러니 기록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짧게라도 좋으니, 그 순간 네가 느낀 것, 생각한 것들을 남겨보렴. 그게 모이면 너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보물이 될 거야.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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