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를 결심했을 때, 나는 한참을 고민했어. 수출하고 남은 제품들이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거든. 한국 시장에는 이미 좋은 제품들이 넘쳐났고, 가격 경쟁도 치열했으니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국내 판매는 나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이었어. 그래서 우리 제품이 가진 차별점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어. 그러다 문득 깨달았지. 유럽 시장을 위해 개발했던 다양한 컬러가 바로 그 답이라는 걸.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어두운 컬러야말로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었어.
그때부터 나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했어. 이미 시중에는 밝은 컬러의 제품들이 많으니 어두운 컬러가 필요한 태닝한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 마음먹었지. 그래서 태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나오는 사람들의 계정을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어.
낯선 사람들에게 이렇게 다가가는 게 처음에는 망설여졌지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잠재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어. 그렇게 하나둘 협찬을 통해 제품을 경험하게 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점점 자신감을 얻었어.
그 후에는 와디즈 펀딩 플랫폼에 제품을 올리고, 협찬해줬던 사람들에게 펀딩 소식을 알려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어. 그게 나의 국내 판매의 첫걸음이었어. 나는 그때 인스타그램에서 잠재고객을 찾아보고 컨택하는 일을 "손가락 영업"이라고 불렀어. 하루종일 휴대폰만 붙잡고 자판을 두드리며 열심히 메세지를 보내고, 댓글을 남기며 우리 제품을 알렸으니 손가락 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정말.
옛날 일을 떠올리니 새삼 잊고 있던 인스타그램에 감사한 마음이 드네 ㅎㅎ
Thank you, Instagram! :)
태닝 고객들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태닝샵 영업을 떠올릴 수 있었어. 태닝한 사람들이 무조건 가는 곳, 바로 거기에 우리 제품이 놓여있으면 훨씬 더 알리기 수월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제일 먼저 내가 한 건 네이버 지도에서 태닝샵을 검색해 모든 샵을 엑셀로 정리하는 것이었어. 그리로 퇴사한 회사 후배의 도움을 받아 리스트에 적힌 태닝샵에 컨택할 수 있었지. 그렇게 테스트용 제품을 발송하고, 주문 방법을 안내했더니 태닝샵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거야!
그 다음엔 피트니스 대회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어. 태닝한 사람들 중 피트니스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야. 한 태닝샵 대표님의 소개로 피트니스 대회에 협찬사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선수들의 얼굴과 몸의 색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우리 제품의 가장 어두운 컬러를 사용해 선수들의 얼굴에 발라줬더니 그야말로 몸 컬러와 찰떡이었어. 컬러만 맞춰도 이렇게 멋진데 도대체 왜 선수들은 생얼로 무대에 오를까 궁금해하며 대회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대회용으로 얼굴에 바를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그래서 대회 전용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기획하게 됐고, 단 3개월 만에 출시했어.
이렇게 조금씩 고객층을 확장하다 보니, 밝은 컬러의 제품을 위한 새로운 타겟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두운 컬러에 비해 밝은 컬러의 매출이 미비했거든. 그리고 태닝이라는 키워드는 수요의 한계와 시즌성이 강했어.
그렇게 다음 타겟 고객층을 찾다가 시니어 여성들을 떠올리기 됐어.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체감하고 만족했을 때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인스타그램을 뒤져 시니어 모델들에게 제품을 협찬하고, 그들의 반응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입증했지. 그 결과, 시니어 여성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어.
국내 유통을 시작하면서 내가 깨달은 건 가장 먼저 내 제품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거였어.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제품을 경험하게 하고, 그 관계를 유지해나가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고객들을 찾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되더라구.
쿠션이라는 한가지 제품으로 이렇게 다양한 고객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는 나도 처음엔 상상하지 못했어. 나는 세일즈를 해본 적도 마케팅을 배워본 적도 없었지만 뾰족한 타겟을 설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모두에게 좋은 제품이라는 메시지는 누구에게도 와닿지 않아. 우리 제품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중심으로 타겟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어.
미래야,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일 때, 그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 봐.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네가 가야 할 길이 더 분명해질 거야.
그리고 네가 만든 제품만이 아니라, 너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러면 네가 하는 일도, 네 삶도 더 따뜻하게 그리고 환하게 빛날 거야.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