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 나는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엄마를 보면 참 신기하고 부러웠다. 나도 크면 엄마처럼 누구와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된 나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을 좋아하고 니 편, 내 편을 가르지 않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까닭일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내게 일기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주시곤 했는데 엄마의 일기장에서 봤던 엄마의 손글씨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유학동안 엄마와 메일을 주고 받던 시절에는 러브레터를 주고 받는 것처럼 설레고 달콤했다. 엄마의 메일이 기다려지고, 주고 받은 메일을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자주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즐기는 편에 속할 수 있는 건 그런 엄마의 영향 덕분이다.
언젠가 내가 썼던 짥은 글을 보고 “일필휘지(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씀)” 했다며 칭찬해주셨을 때 남모를 으쓱함을 느꼈다. 엄마가 알아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어른이 됐든 아이가 됐든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변함이 없나보다.
내 딸은 나에게서 무엇을 닮고 싶어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