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17] 엄마라는 직업

by 트루브무아

나는 2015년 한 해에 창업, 결혼, 임신이라는 큰 사건들을 모두 겪었어. 사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들이 현재 진행형이라 얼마나 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했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네. 아마도 그게 가능했던 건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살아온 나의 라이프 스타일도 한 몫 했겠지.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참 대책없다”라고 스스로도 느끼는 것들이 많거든. 어쨌든 나는 사업을 위해 결혼을 미루지도, 임신을 미루지도 않았어.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사업도 하고 육아도 해야하는데 힘들지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었는데 나의 대답은 항상 같았어. 인생에서 정말 큰 두 가지를 한꺼번에 겪고 있어서 오히려 균형이 맞는 것 같다고. 내 사업을 운영해야하는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버겁게 느껴질 때 육아라는 것은 내게 오히려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피처가 되어 주었어. 두 가지 모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단 한번도 사업과 육아를 엮어서 불만을 가지거나 불평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한 일이었지. 만약 내가 창업을 이유로 임신을 미뤘다면 오히려 더 큰 후회만 남았을 것 같아.

그렇게 나는 엄마라는 직업과 대표라는 직업을 동시에 갖게 되었어.

워커홀릭 워킹맘답게 임신 중에 프랑스 출장도 두번 다녀오고 조리원에서도 매일 노트북을 붙들고 일하기 바빴어. 조리원 안에서 링거와 수혈 바늘 자국으로 피멍이 잔뜩 든 팔에 손목보호대를 하고 열심히 프랑스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일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열심히 끼니도 챙기고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유축도 하고 필요한 마사지도 받았어. 너를 만나는 시간이 되면 너무나도 가슴이 떨렸어. 내 가슴에 너를 포근히 안고 살과 살을 맞대고 있을 때는 가슴이 벅차고 형언할 수 없는 충만감이 느껴졌어. 엄마가 된다는 건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인 것 같아.

물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 나도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조리원 원장님이 해주신 말씀 덕분이었던 것 같아.

“우리 모두가 0세 엄마예요” 라고 하셨던 조리원 원장님의 이야기 덕분에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너와 함께 나도 커가면 되겠다 마음먹었어. 그렇게 한 살 한 살 너와 함께 먹어가다보니 어느 새 엄마 인생 10살이 되었네.

일하느라 바쁜 엄마를 이해하고 기다려준 착한 너에게 정말 감사해. 너라는 존재는 나를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줘.


미래야,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미래의 엄마가 된거야. 앞으로 미래 인생에서 큰 일들이 동시에 생겨 버겁거나 힘겨울 때는 이렇게 해봐. 모든 것을 다 잘 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불평하고 외면하지 말고 각각의 일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와 작은 성취감에 집중해보는거야. 그러면 오히려 서로 다른 큰 일들이 의외의 시너지를 내거나 생각지 못한 영감을 주기도 할 거야. 조바심은 너를 더 힘들게 만들거야. 그러니까 하나를 할 때 다른 한 가지는 잠시 내려놔도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마 미래가 이 글을 볼 때쯤되면 잊어버리겠지만 요즘 미래가 엄마한테 출산이 무섭다는 말을 해.

엄마는 미래한테 이렇게 대답해줬어.

“출산할 때 무섭기도 하지만 뱃속에 있는 아가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무서운 마음도 잊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엄마가 옆에 있어줄게”

좋은 엄마가 될 우리 미래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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