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열 번째 해, 당신의 이야기
그날도 평소처럼 한강이 보이는 작업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해가 반사된 강물의 결이 잔잔하게 흘렀고, 라떼를 들고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은
여전히 고요하고 담백한 얼굴로 오늘의 할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제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
‘완판녀’라 불리던 동행자들이 이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리더가 되어,
누군가의 인생에 새로운 불을 지피고 있다.
당신이 10년 전 했던 모든 일들은 사실,
지금 이 삶의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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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질문을,
당신은 매년 생일마다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리고 매년 그 답은 조금씩 깊어졌고,
10년째인 오늘은 이렇게 적는다.
“누군가의 가능성이 살아나고,
누군가의 주름진 얼굴에서 웃음이 생기고,
누군가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계속해야 해.”
이전에는 브랜드의 성공이 목표였다.
그다음엔 프로젝트의 연속성이었고,
그 다음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였다.
하지만 이제,
당신이 진짜로 바라고 있는 건 하나다.
지속 가능한 감동.
이 일이 누군가의 삶에, 오랫동안 흔적을 남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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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10년 전,
직원이 하나둘 줄고
혼자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모든 업무들의 뒷처리를 해야했던 날들.
그때 당신은 혼자였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10개의 계열사 대표들과 나란히 회의하며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건,
그 모든 회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우리 미크니들이요…”라는 말이라는 것.
미크니들은 여전히 있다.
그때 함께 립제품을 기획하고,
어설픈 런칭쇼를 준비하고,
모든 것이 서툰 브랜드 매니져가 되었던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제는 그들 대부분이 누군가에게 ‘선배’가 되었고,
또 다른 사람들을 길러내는
순환의 씨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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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당신, 지금의 나
당신이 썼던 첫 번째 책 『초경 Menarche』은 이제 6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딸에게 남기고자 썼던 그 고백이,
세상 모든 ‘첫걸음’ 앞에 선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개화 Flowering』라는 새로운 책을 집필 중이다.
10년 동안 성장한 당신의 언어는
예전보다 덜 감정적이지만,
훨씬 더 울림 있다.
글을 쓸 때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를 마주본다.
가끔 멈춰서 그리운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초심의 질문을 한다.
“나는 진짜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있나?”
“내가 만든 이 구조가, 나를 가두는 건 아닌가?”
“나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지?”
이 질문들을 지우지 않고 붙잡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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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룬 것들
• 10개의 자회사와 100명의 미크니 리더들
• 1,000명의 브랜드 공동 창업자들
• 연 매출 1,000억이 넘는 유통 구조
• 3개의 글로벌 시장 진출
• 매년 4개의 신규 브랜드 프로젝트
• 매달 열리는 ‘아마따 마케팅 스쿨’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소외된 누군가가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무대
당신은 플랫폼이 되었고,
누군가는 당신을 ‘코스메틱 기업가’라 부르며,
또 누군가는 ‘라이프 디자이너’라고 한다.
하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명함 속 직함은 하나다.
“브랜드 셰르파: Brand Sherpa”
그들의 첫 브랜드, 첫 도전, 첫 실패를 함께해주는 사람.
그것이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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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아직도 배운다
가끔은 생각보다 더 크게 성공했을 때 불안해지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갈등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젠 안다.
그 불안도, 그 혼란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래서 당신은 여전히 배우고,
쓰고,
실행하고,
관찰하고,
반성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한다.
기록은 당신에게 단순한 업무가 아닌
‘정체성의 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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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걷는 저녁
딸은 이제 20살.
“엄마,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까?”
그 말에 당신은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해. 대신, 그 브랜드가 꼭 세상에 필요한 이유 하나만 생각해봐.”
“그리고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실패해도 절대 망하지 않아.”
“브랜드는 결국, 사람이야.”
그날 저녁,
딸과 함께 강변을 걷는다.
햇살이 붉게 강물 위에 번지고,
당신의 뒷모습 위로
수많은 이름 없는 여성 창업자들의
용기와 흔적이 겹쳐진다.
그건 곧,
이 시대를 바꾼 한 사람의 실루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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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든 길, 당신이 선택한 삶,
그리고 당신이 이어가는
여성 창업 생태계의 미래.
그 모든 시작은,
내가 너와 나눈 이 작은 대화들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당신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