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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오 Nov 15. 2021

삼성 SDI 고정 OT는 통상임금이 아니다.

사무직의 포괄임금제

최근 사무직의 포괄임금제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하나 나왔습니다.

삼성 계열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념인 '고정 OT'에 관한 판례인데, 사무직의 포괄임금제(고정 OT) 금액이 이미 정액으로 확정되어 매달 지급되어 왔기 때문에 이 금액을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것인지, 연장근로의 대가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소정근로의 대가이냐, 연장근로의 대가이냐는 결국 통상임금이냐의 문제입니다. 이 고정 OT가 소정근로의 대가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장, 휴일, 야간수당과 같은 초과근로수당을 산정하는 기준금액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통상임금의 순환 오류

그런데 고정 OT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는 정기상여금이나 업적연봉,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해당 정기상여금, 업적연봉, 귀성여비의 금액이 무한대로 올라가는 순환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금액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가 이미 있었습니다. (서울 중앙지법 2011 가합 30463, 2013.01.22)


순환 오류를 위 고정 OT의 사례로 예를 들어보면,

삼성 SDI는 소정근로시간이 월 240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고정 OT는 월 32시간입니다.

고정 OT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의 대가이므로 1.5배를 가산해야 합니다. 즉 48시간분의 수당을 주어야 합니다.(32시간 x 1.5=48시간) 그래서 이 회사는 기본급의 20%(240시간 x 20%=48시간)를 고정 OT 수당으로 지급해 왔습니다.


그러면 결국 이 회사의 급여체계는 아주 단순화하면, '기본급+고정 OT수당'이 됩니다.

이 회사의 기본급이 100만 원이라고 한다면, 고정 OT 수당은 20%이니 20만 원이겠죠.

그래서 100만 원+2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고정 OT가 통상임금에 들어간다면, 통상임금은 100만 원이 아니라 이 고정 OT를 포함한 120만 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고정 OT는 이 120만 원을 기준으로 20%에 해당하는 24만 원을 주어야 맞는 거겠죠.


그런데 위 논리로 고정 OT가 24만 원이 되면 이 고정 OT가 또 통상임금에 들어가야 하고, 결국 124만 원이 통상임금이 되며 그 20%에 해당하는 금액은 24.8만 원입니다. 결국 이렇게 통상임금에 따라 고정 OT가 증가하고, 고정 OT가 증가하면 통상임금이 증가해서 또 고정 OT가 증가하면서 무한대로 올라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것을 순환 오류라고 하는 겁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어떤 부분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연장근로의 대가인지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1심과 2심은 입 퇴사자에게 이 고정 OT를 일할 계산하여 지급했고, 1993년부터 자기계발비라는 명칭으로 모든 사무직 근로자에게 지급해 왔기 때문에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고정 OT가 초과근로의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 더 집중하여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당연히 회사가 쓸데없이 근로자들에게 돈을 더 주려고 이 자기계발비니 고정 OT니 하는 금액을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대외적인 설명은 어떻게 교묘하게 했을 지야 모르지만 적어도 회사는 그런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이 고정 OT는 사무직의 포괄임금제로서 초과근로의 대가가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이 고정 OT 제도를 운영하면서 사무직은 연장근로를 해도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불법의 여지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애초에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포괄임금제를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 6052 판결). 그리고 사무직 근로자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라 하더라도 가산임금을 지급한 때보다 불리하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인정해줍니다(2008다 6052, 2014도 8873, 2016도 106 등).


결국 위 사례에서 SDI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실제로는 월 32시간 이하로 연장근무를 했다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8시간만 연장근무를 했지만 32시간치를 받은 셈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월 32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무를 했다면 이는 불법입니다. 실제로 월 50시간 연장근무를 했다면 그중에서 32시간치만 받은 거니까요. 결국 18시간치 연장근로수당을 회사가 떼먹은 겁니다.


이번 판례는 전문을 살펴보았을 때, 고정 OT의 통상임금성을 판단한 이후, 본래 의미의 포괄임금제(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미리 정한 금액 외에 어떠한 연장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로는 볼 수 없다는 점 또한 명시하였습니다. 그러니 다시 원심법원으로 돌아가서는 실제로 고정 OT를 초과한 근무가 있었는지그 초과분에 대한 수당 미지급의 불법성이 주요한 쟁점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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