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 어려운 '엄마'가 된다는 것

애증의 관계, 계모의 고백

by 도비앤

아이가 있으면 다 엄마가 되는 걸까? 아이를 뱃속에 품으면 'OO어머님'이라고 불리는 경험을 한다. 지금은 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모임에 나가서 '뚠뚠이어머님'이라고 불린 적이 있었다. 엄마도 아니고 어머님이라니, 뱃속에 뚠뚠이가 버젓이 있음에도 그 말은 너무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뱃속 아기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내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마저 들었다. 내 이름을 지운 자리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대체되는 것 같았다.

아기뚠뚠이.jpg 둘째지만 나의 첫 아이


아기를 낳고 이제 정말 어딜 가나 내 앞에 매달려있는 아기를 본 사람들은 나를 '아기엄마'라고 불렀다. 낳고 나서도 나는 그 말에 영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아마도 내가 그 말에서 거부감을 지운 것은 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쯤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수없이 "엄마가 해줄게", "엄마가 분유 타왔지~", "엄마랑 오늘은 나갈까?"하고 아기에게 말을 했고, 아기는 옹알이였겠지만 나를 보면 '엄마'라고 비슷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기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성애'라는 게 생겼고, 나는 '엄마'라는 위치에 스며들었다.


내가 낳은 아이에게는 크게 힘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과정에 있다. 6살이 된 아이는 아빠가 미리 교육한 것을 아주 잘 받아들였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단번에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안겨왔다. 재혼으로 생긴 첫째는 정말 나를 엄마로 생각하고 따르는 것 같았다. 문제는 나였다. 첫째와 단 둘이 있을 때는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했으나, 내가 낳은 둘째와 함께 있을 때는 조금 달랐다. 툭하면 둘째의 장난감을 빼앗고, 밀치기 일쑤였던 첫째가 점점 미워졌다. 지금은 이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첫째의 장애가 또렷해질수록 둘째에게 내가 인생의 짐을 지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혼 후 2년간은 첫째에게, 아니 그보다는 남편에게 애정을 담아 내 시간을 많이도 썼다. 시간을 쏟을수록 어딘가 불만이 쌓였고, 미움이 자리 잡았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나의 삐뚤어진 마음은 나조차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날은 또 해맑은 아이를 보고 있자면 한없이 가엽고 안쓰러운 마음,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럼 또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나도 모르게 첫째를 더 미워했던 것 같다. 나는 이 기이하고 복잡스러운 감정의 정체를 애증으로 정의 내렸다. 사랑만 남기고 미움을 버리고 싶은데, 첫째를 향한 애증에서 '증'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6살이던첫째.jpg 어렸던 시절의 첫째


어린아이를 향한 이 어이없는 감정을 내뱉을 곳이 없어 마음앓이를 하다가 상담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성장'이다. 아이를 품어줄 수 있게 내 마음그릇을 넓히고 싶은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재혼으로 생긴 아이에게 '진정한 엄마'는 언제쯤 되는 걸까? 내가 이 아이를 키운 지 벌써 3년 하고도 8개월이 넘었다. 밖에 나가면 나는 첫째의 엄마로 매우 자연스럽지만, 스스로는 속일 수가 없다.


드라마에는 입양한 아이를 두고 '가슴으로 낳은 아이예요'라고 말하며, 선한 표정을 짓는 엄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애증의 첫째에게 상당히 스며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으로 낳았다는 표현은 어딘가 아직 가닿지 못한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내가 과연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남편과의 숱한 싸움 끝에 난 최근 결론처럼 우리는 그저 엄마, 아빠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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