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프랑스아이처럼 키우고 싶었는데
살면서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걸 내 장점으로 생각했다. 학창시절에도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노력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와 함께 독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특히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트리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가 '일상'을 떠올릴 만큼 평화로웠다. 1박을 보내고 뮌헨으로 이동하려고 기차역에 갔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지만 기차가 코앞에서 떠나갔다. 다음 기차는 한 시간 후에나 온다고 했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자는 나의 제안에 친구는 소위 말하는 멘탈붕괴 상태로 혼자 갔다 오라고 겨우 말을 토해냈다. 처음 가 본 유럽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거리마저도 이국적이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강아지라고 상상하며, 캐리어와 함께 산책을 했다.
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서 멘탈이 덜 회복된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괜찮아? 어떻게 그렇게 빨리 괜찮아져?" 우리는 둘 다 파워 J였고, 대학생 시절의 나는 시간을 분단위로까지 끊어가며 계획하던 사람이었다. 비슷한 성향이었던 친구와 나는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이 가장 싫었고 힘들었다. 하지만 아마 그때 나는 그냥 그 한 시간이 더 아까웠던 것 같다. 그냥 그 아까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이외에도 나는 지금 생각하면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친구들 사이에 상담소 역할도 많이 했었다. 무슨 말을 뱉어도 나는 크게 놀라거나 감정동요가 없어서 털어놓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모든 게 과거의 내 모습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에서 너무 멀어져 버렸다. 최근 나에게 고민이 하나 있다면, 어떻게 하면 아침에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이다.
태교를 하면서 육아관을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육아책을 읽었다. 그중 "프랑스아이처럼"이라는 책이 가장 인상 깊었고, 나는 프랑스 육아에 대해 알아보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어라, 옷 입어라" 닦달하는 한국 엄마와 달리,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등원준비를 하는 동안 여유롭다. 프랑스아이처럼 키워낸다면, '나'를 잃지 않고도 육아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장면을 꿈꾸며 나는 아이를 낳고 난 후, 바로 안아주지 않고 속으로 수를 센 후 안아주었다. 이 모든 걸 태어났을 때부터 하기 위해서 조리원에도 가지 않았고, 병원에서 1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 직접 육아를 했다. 산후도우미에게도 집안일만을 맡기며 낮잠 한 번 자지 않고 참 유난을 떨었다. 백일이 되기 전에는 방 독립도 성공했다. 물론 이혼 후 친정에 들어간이 후 7살이 된 지금까지 다시 함께 자고 있지만,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려는 노력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육아라는 말에 수긍해야 할까? 우리 애들은 첫째고 둘째고 아침에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등교, 등원을 할 수가 없다. 지각을 해도 스스로 준비하게 하고, 선생님께 혼도 직접 나게 하라는 조언도 따라 봤다. 얼마나 무던한 것인지 혼나도 애들은 도통 시간개념이 없다. 오히려 지각하지 않게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듣는 건 엄마인 나다.
"20분에 양치할 거야. 그때까지 빨리 밥 먹어" 하고 20분이 되어 보면 세월아 네월아 밥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때부터는 "빨리 먹으라고 했지!", "양치하게 빨리 와!!", " 옷 입어", "장난감 내려놔" 온갖 잔소리와 큰소리가 난무한다. 정말이지 나야말로 이러고 싶지 않다. 도대체 혼자 하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 옆집은 조용하기만 하던데, 나는 왜 자꾸 소리 지르고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가 되었을까. 나의 아침은 아무리 상쾌하게 시작해도, 등교 후에는 불쾌함으로 얼룩진다.
내가 느끼는 문제는 비단 육아에서만이 아니다. 내 성질이 점점 다혈질로 바뀌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때로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남편에게 쏟아낼 때도 있다. 가장 못난 사람이 바로 가까운 사람에게 푸는 사람인데,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내가 그렇다. 올해의 인생책으로 '인간관계론'을 꼽은 것이나, 유독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이런 책 제목이 눈에 띄는 건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동안은 특히 남편과 너무 맞지 않아서라고 치부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을 잘 통제하고, 폭발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