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내 욕망의 구렁텅이

다시 쓰고 싶은 내 모닝페이지

by 도비앤

요즘은 게을러져서 대체로 오전에 쓰고, 아주 가끔만 아침에 적는 기록. 그 이름은 모닝 저널이다. 지난해 <<아티스트웨이>>를 읽고 모닝페이지를 적기 시작했다. 모닝페이지란 아침에 눈뜨자마자 자기 검열이 시작되기 전에 노트 세 장 정도 분량을 끼적거리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에는 전날 일기를 써도 되고, 오늘 할 일을 적어도 되고, 감정을 쏟아내도 된다. 유명한 만큼 사람들이 각자 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중에서도 나는 감정일기가 특히 좋았다. 내 안에 있는 온갖 추잡한 감정, 미움, 분노들을 토해내고 나면, 오히려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전혀 사회화되지 않은 날것의 밑바닥 감정들이 섞여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내 일기장을 읽을까 걱정했다면, 결혼을 한 지금의 나는 남편이 볼까 봐 걱정을 한다. 남편은 늘 나에게 관심이 많고, 내 카톡마저 궁금해하는 사람인지라 더욱 불안하다. 그래서 올초부터는 너무도 아쉽지만 아날로그 노트가 아닌 온라인 노션에 모닝페이지를 적고 있다. 연말에 구매했던 노션탬플릿인 메타시에는 모닝저널이라는 이름의 모닝페이지가 있다. 모닝저널에는 자기 확언, 꿈, 올해 목표 등을 쓸 수 있다. 매일같이 이런 것들을 반복해서 적다 보니 나는 언제 어디서든 누가 툭 찔러도 내 올해의 3가지 목표를 바로 말할 수 있다. 이 덕분에 11월인 지금, 신기하게도 올해 정한 3가지 목표를 다 이루기 직전이다. 말로 뱉지 않고 쓰기만 했는데도 자기 확언을 하면서 나는 점점 더 견고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 아래에는 감사함을 적는 칸도 있다. 처음에는 사실 이 감사일기를 채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지금은 메타시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세 가지 감사를 적고 있다. '나에게 감사, 타인에게 감사, 환경에 감사.' 계속 쓰다 보니 여기서도 변화가 느껴진다. 사실 '일'이 되면 무엇이든 피곤하고, 하기 싫기 마련이라 초심과 달리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곤 했다. 지금은 의식적으로라도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올여름 매일 가게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변화는 남편에게 점점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타인에게 감사에는 거의 매일 남편에 대한 감사함을 자주 적게 된다. 내면에서는 천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쉽게도 표현이 부족해 남편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 번째는 사람들과의 활동을 즐기고 감사하게 되었다. 혼자 일하고, 혼자 있는 걸 가장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싫어했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감사함을 짜내다 보니 지금은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잘 대해주었는지 기억하려고 애쓴다. 슬프게도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애써야만 한다.


모닝저널에도 아쉬운 점 있다. 감사일기 아래에는 빈 공간이 있어서 자유롭게 모닝페이지를 쓸 수 있데, 나는 이 공간을 거의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 온갖 감정을 토해내는 데는 아날로그 노트가 더 좋았다. 새빨간 노트에 날려 써재끼고선, 혼자 '욕망의 구렁텅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가 아직도 내 눈길 닿는 곳에 꽂혀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요망한 노트가 책 사이에서 자신을 꺼내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굳이 감정을 토해내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업장을 준비하는 요즘 저 노트가 자꾸 생각난다. 최근 나는 실제의 바쁨보다는, 쌓여있는 할 일에 치여 바쁨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자주 느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속담은 아니겠지. 12월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미라클모닝, 기다리지 말고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야겠다. 일어나서 저 새빨간 욕망의 구렁텅이를 다시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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