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받은 배려에 내 마음은 왜
아이들이랑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한 아저씨가 앉아있다가 반깁스를 한 첫째를 발견하고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서 있는데, 아저씨는 계속 아이들과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무언가를 꺼내 아이들에게 주었다. 금방이라도 풀릴 것 같은 비닐에 캐러멜로 추정되는 갈색의 사탕이 있었다. 비닐에는 딱히 상표가 보이지 않았고, 둘째가 엄마도 하나 먹으라며 건넨 캐러멜은 무척이나 딱딱했다.
아저씨가 첫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사이, 나는 옆에 서있는 둘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거 안 먹으면 이따 네가 좋아하는 거 사줄게" 아이는 눈치 없이 크게 대꾸했다. "뭐? 마이쮸?" 그 사이 아저씨의 눈길을 느낀 나는 아이가 캐러멜 사탕을 까먹는 걸 더 이상 저지하지 못했다. 감사해 마땅해야 할 분이 건넨 정체 모를 음식이 찜찜했고, 배은망덕한 나 자신이 불편했다.
며칠 뒤, 내가 타야 하는 지하철이 들어왔다. 자리가 몇 군데 듬성듬성 비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맨 앞에 서있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보이는 자리로 곧장 걸어갔다. 걷는 자 위에 뛰는 자가 있다 했나. 옆문에서 탄 아주머니가 아주 빠르게 달려오더니 간발의 차이로 내가 직진하던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빈자리는 없었다.
다음 역에 채 도착하기도 전, 앉았던 아주머니가 내 팔을 툭툭 쳤다. 여기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아주머니는 맞은편에 비어있던 임산부 배려석으로 옮겨갔다. '어... 저기는... 비워둬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내 몸은 이미 양보받은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 갖은 생각이 들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비워둬야 한다는 입장과 말 그대로 배려석이기 때문에 오면 비켜주면 된다는 입장. 더불어 그 자리에 앉는 건 항상 아줌마들 뿐이더라 등등 인터넷에서 스친 각종 말들이 떠올랐다. '괜히 나에게 양보를 해줘서 저분도 지금 여기 누군가에게 속으로 욕먹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분명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렇다고 한숨까지도 아니었는데. 조용한 탄식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내 감정이 비집고 튀어나온 건가..? 내가 저 아주머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걸까? 당황스러우면서도 찜찜하고도 감사한 감정이 버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