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도 노력하면 느는 걸까?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구나

by 도비앤


새로 오픈 준비를 하는 사업장에 화장실 공사를 하기로 했다. 아랫집은 낮에 일하러 나가는지 갈 때마다 뵐 수가 없었다. 집주인에게 미리 말씀을 드려 양해를 부탁드렸다. 공사 전날 화장실 수도 계량기의 위치를 물었다가 깜짝 놀랐다.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수도계량기의 위치가 무려... 아랫집 화장실 안에 있었다. 집주인은 아랫집 연락처를 전해주었고 전화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윗집에 계약한 사람인데요. 통화 괜찮으실까요?......" 금요일에 잠시 수도를 잠그겠다고 하니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김장철이라 김장을 해야 한단다. 공사는 다음 주에 하라고 한다. 이미 공사업체와 계약이 되어있는터라 집주인에게 화장실 공사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는지 물었다. 듣긴 했지만 김장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지 않냐고 했다. 순간 또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고 다시 한번 양해를 구했다. "하루종일 물을 잠그는 건 아니고 잠깐이면 돼요. 공사하시는 분들도 일정이 있어서 잠깐만 부탁드릴게요." 하루 종일 써서 안된다고 말하며 전화는 끊어졌다.


상당히 일방적이었고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곧 2층아주머니가 전화를 끊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끊지 않았다면 요즘의는 쉽게 분노가 끓어 넘치는 상태인지라, 대면하기도 전에 2층 아주머니와 싸웠을지도 모르겠다. 감정 싸움 없이 어떻게 설득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공사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인지 공사 사장님은 직접 설득해 본다고 하셨다.


다음날, 사장님은 같이 내려가자는 날 만류하고 홀로 아랫집으로 곧장 내려가셨다. 괜히 여러 명 가서 자극하는 것보다 혼자 가는 게 낫다고 하셨다. 일을 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려가신 분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식사를 하러 가신 건가 의아하던 때 다시 올라오셨다. 아랫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실 줄 알았는데, 화장실 사장님은 물을 잠그고 올라오셨다. 한 시간이나 설득하신 건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여쭤보니 일단 급한 작업부터 하신다고 하셨다. 10분쯤 지났을까, 빠른 속도로 작업을 끝내고 물을 다시 열고 오셨다. 분명 전화상으로는 문도 안 열어준다고 했던 아랫집 아주머니였는데,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나중에는 김장김치에 밥도 먹고 가라고 하셨단다.


똑같은 상황에서 그분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비결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김장하시는데 옆에서 살짝살짝 도우며 말을 건네다보다 친해졌다고 했다. 이게 바로 넉살인가? 넉살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런 뜻이 나온다.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비위 좋게 구는 짓이나 성미.' 넉살 좋은 분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아주머니의 돌변한 태도는 놀라웠다. 나도 남편도 넉살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특히나 사람들과 부딪칠 일이 적은 나는 넉살은커녕 뻣뻣함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환골탈태한 화장실, 감사합니다

사회초년생 회사에 다닐 때는 그저 내 일만 똑바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대리로 퇴직한 내 경험에서는 정말로 내 일만 잘하면 괜찮았다. 1인 공방을 할 때는 정말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 더 많았다. 나만 잘 만들면 되고, 나만 잘 마케팅하면 되고, 나만 스케줄을 잘 짜면 됐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요즘은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 속에 같이 살면서 내 일만 잘한다고 끝나지 않는 일들이 숱하게 많더라. 부동산 투자를 해도 그렇고, 사람들과 스터디를 해도 그렇고, 고객을 상대하는 사업을 해도 그런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잘 풀어나가는 일이 중요했다.


일을 하다 보면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에 만난 화장실 공사 사장님도 그랬고, 나에게 부동산을 얻어준 실장님도 그랬다. 모두 어렵고 안된다는 일을 사람을 설득해 성사시켰다. 두 분의 공통점이라면 넉살이 상당히 좋다는 것인데, 그 능력을 과연 넉살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을까? 대화의 기술이 있는 게 아닐까? 상대방의 기분은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는 달성해 내는 능력, 내가 뻣뻣하듯이 그분들은 타고난 것일까? 어느 정도 타고났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 그분들도 굴곡이 있었겠지. 어떤 노력을 했을지 무척 궁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힘들때 올라가서 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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