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블로그는 하지 않지만 챙겨 다녀온 블로그모임

by 도비앤

블로그, 나에게는 또 다른 애증의 대상이다.

무려 2008년쯤 개설했던 내 블로그는 처음에는 개인 일기장이었다. 그러다가 이웃들과의 소통이 재밌던 때가 있었고 이것저것 공부한 내용을 적기도 했다.


첫 회사를 퇴사한 후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기 전 나는 열심히 일한 나에게 자체 휴가를 줬다. 처음 받은 퇴직금으로 당시에는 나름 큰 마음을 먹고 디지털카메라를 샀던 기억이 난다. 바로 파워블로거가 되겠다는 이유를 품고서. 맛집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협찬을 받고 글을 써 올렸다. 그러면 애드포스트로 매달 치킨값이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협찬받고 글 쓰는 행태를 비꼬아 블로거지라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파워블로그는 못되어도 참블로거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인 공방 창업을 앞두고, 블로그 강의를 듣기로 결심했다. 온라인 마케팅 업무도 해봤고, 블로그 경력도 10년이 넘었으니 나름 자신만만했다. 마케팅 비용을 허투루 쓰느니 내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1인 공방을 운영하는 동안 블로그 덕을 톡톡히 봤다.


공방 4년 차에 공방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방치해 둔 내 개인블로그가 떠올랐다. 개인블로그도 남들처럼 멋지게 키워보고 싶었다. 1일 1 포스팅을 하면서 성실하게 한다고 했는데, 인플루언서에 되지 못했고 나는 방향을 잃었다. 그리고 올해는 블로그에 들일 시간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올 한 해 목표한 바를 다 이루고 나니 나는 다시 블로그 생각이 난다. 다른 것들은 죄다 초기 투자비용이 드는데 블로그와 인스타는 초기 투자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누구 말마따나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음이 이래서였을까? 전에 참여했던 블로그 모임에서 정모를 한다고 했다. 이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바로 참석하겠다고 했다. 새 사업장 오픈준비로 바쁜 와중에 하루를 빼서 모임에 기어이 다녀왔다. 모임에서 블로그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더 커졌다. 동시에 '내가... 이번에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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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룸 한켠에서 사장님이 타로 이벤트를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타로를 보기로 했다. 내가 물어본 질문은 '내년에 블로그를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였다. 다섯 장을 뽑았는데 해석은 이랬다. "마음은 가득해서 흘러넘치고 이미 결심도 했네요. 다만 당장 수익이 오진 않고 힘들고 버티는 시간이 있겠어요. 이 카드가 나오면 엄청 긴 건 아니고 1년 정도는 버티는 시간이 있을 거예요."


재미로 본 타로인데 역시 나는 블로그로 수익화는 안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하려면 마음을 더 강하게 먹고 해 보라곤 했지만, 역시 고민되는 건 '시간' 때문이다. 돈이 안 든다고 그냥 한 번 해보기에 블로그는 시간이 꽤 들어간다. 그 시간은 그냥 하루 1시간이 아니라 다른 걸 포기하고 투자하는 1시간이 될 테니까.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내가 어느 정도까지 몰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어쩌면 이 바쁜 시기에 모임에 참석한 건, 전문가인 리더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 다시 블로그하면 수익화 가능할까요?" 그 대답을 누구도 나 대신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문가에게 듣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 자체가 아직 물렁물렁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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