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죽어서 자려고 나는 오늘도 카페에 왔다.

비직장인의 시간관리법

by 도비앤

"잠은 죽어서 자라"

고3 때 사회선생님이 해준 명언 중 하나였다. 30대 후반에 아직도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 걸 보면 나는 저 말을 깊게 뼈에 새겼다. 임신을 했어도, 아이를 낳고 수면부족에 시달릴 때도 낮엔 몸져눕지 않는 이상 절대 눕거나 소파에 기대 있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거의 식탁과 한 몸이랄까. 나름 바지런함의 소유자임에도 나는 집하기 위해 장소를 바꾼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직장인보다 더 바쁜 자영업자도 많지만, 내가 처음 열었던 1인 공방은 직장인보다는 시간이 많았다. 1인 공방의 일과를 살펴보면, 오전에 공방문을 열면 청소부터 시작한다. 식재료 관리, 주문도 받고 예약된 케이크를 만들고, 틈틈이 온라인 마케팅도 한다. 케이크 제작을 제외하면, 재료나 부자재 주문을 하고 케이크 주문을 받고,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건 집에서도 가능하다. 나는 주로 카페에서 이런 일들을 하곤 했다.


공방이나 집에서도 할 수는 있지만,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아무래도 슬렁슬렁 효율이 떨어다. 1인 공방을 그만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보다 카페에 가는 걸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는 카페에는 괜스레 나만 의식하는 남들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딴짓을 하다가도 정신 차리고 몰입하게 된달까. 내가 생각하는 카공, 카일(카페에서 일)의 매력 중 하나가 타인의 존재다.



두 번째 이유, 페에는 집에서 흔히 빠질 수 있는 집안일 트랩이 없다. 주부라면 특히 공감할 부분인데, 거실에 앉아있다 보면 영영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게 바로 집안일이다. 눈 꼭 감고 할 일을 하다가도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빨래는 돌릴까? 넣기만 하면 되는데 식기세척기만 처리하자.' 어느새 집안일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 집이 깨끗해질 만큼 많이 하지도 않는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집안일 사이를 넘나들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날을 남기기 일쑤다.


세 번째는 내가 비직장인에게 추천하는 시간관리법, 시간 나누기 전략이다. 1인공방을 접고 자영업과 사업 사이를 넘나드는 나는 프리랜서 같으면서 프리랜서는 아니다. 직장인보다는 자유로운 소상공인에 가깝다. 업무는 있지만 어딜 가진 않아도 되는 날, 집에 종일을 수 있는 행복에 겨운 날이 있다. 그럼 적어도 오전에는 카페에 가려고 한다. 적어도 나는 통으로 하루를 쓰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나누는 게 효율적일 때가 더 많다. 이럴 때 나는 주로 책이나 공부할 거리를 들고 카페에 간다. 해야 할 업무는 집에서라도 어떻게든 끝마치게 되지만, 기적으로 필요한 공부나 독서는 시간을 내지 않으면 미뤄지기 십상이다.


요즘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글쓰기 위해서 주 1회는 카페에 가려고 하고 있다. 책도 다이어리도 챙겨가고 싶은 게 많지만 다 내려두고 가는 시간이다. 문득 커피값이 아까워져서 홈카페로 대체하면, 현생에 치여 게으름에 치여 그 주에는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린다. 소로 시간을 나누면 하루가 선명해진다. 역시억지로라도 카페에 가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