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기질검사 후기
남편과 함께 두 번째 부부 상담에 다녀왔다. 첫 번째 부부상담이 끝나고 3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그 중 하나는 기질검사였다. 우리 부부는 MBTI의 가운데 두 개가 다르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성격이나 사고방식 나아가 가치관마저 너무 다르다. 여러 면에서 상충되었기에 당연히 기질도 상극일 거라고 예상했다.
첫 상담에서 "둘다 내 아이다, 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조언은 상당히 유용했다. 우리 부부는 아주 잠깐이지만 평안했다. 하지만 결국 켜켜이 쌓인 감정의 늪에서 이틀만에 또 싸우고 말았다.
토요일 저녁, 밥을 먹고 두 번째 상담을 받으러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서 같이 올라갔는데, 사람에게도 기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공기마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자리에는 얇은 책에 가까운 분량의 기질검사 결과지가 놓여있었다. 스프링 노트로 되어 있는 기질검사 결과지를 같이 열어보며 상담이 시작됐다. 기질은 크게는 4가지로 분류된다. 기관마다 조금씩 명칭의 차이는 있지만, 열정형, 정보형, 관습형, 감정형으로 나뉜다. 내가 듣고 느낀바로 정리하자면,
열정형은 본인이 목표한 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락이 없다가도 본인이 필요해지면 연락하는 사람들,
정보형은 사실, 논리, 분석적이다. 이 사람들도 연락을 안하다가도 본인이 궁금한게 있으면 연락하는 사람들,
관습형은 관습, 규칙, 질서를 중시한다. 이 사람들은 정보형과 마찬가지로 들은 대로 사실만을 전달한다.
감정형은 공감, 관계, 안정, 분위기나 말투에 민감하다. 들은 내용에 자기 감정이 섞여서 나온다고 한다.
예상과 달리 남편과 나는 모두 감정형이었다. 여기에서 또 세부적으로 각 유형마다 3가지씩 나눠졌는데, 우리는 둘다 S3로 몽상가였다. 처음 내 결과지를 열어보면서 남편과 나는 둘다 동시에, 뭔가 잘못된게 아닌지 되물었다. 내가 감정형일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상담사는 결과지 위에 있는 네모표시를 가리켰다. 검사 결과지에는 기질을 표시한 동그라미 외에도 다른 색의 네모가 두 개 더 표시되어있었다. 네모는 현재의 내 모습이라고 스스로 체크한 내용을 나타낸다고 했다. 기질이 바뀌지 않는 타고난 것이라면, 성격은 바뀔 수 있는 것인데, 네모가 바로 성격이라고 했다.
남편은 네모 역시 감정형과 관습형이었다. 나는 네모가 열정형과 정보형에 가있었다. 나는 기질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살고 있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상처라고했는데, 그 얘기를 앞으로 상담때 풀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상담을 하고 나니 역시나 속이 시원하다못해 개운하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하지만 머릿속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결과지를 다시 읽어보면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감정형이라니, 그제서야 퍼즐이 맞춰지는 것도 같았다. 내가 남편의 표정에 예민한 것도, 지난 해 열정형과 정보형의 끝을 달리면서 힘들었던 이유도 내 기질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는 기질에 맞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최근 몇 년 추구하던 삶과 정반대의 모습이 내 기질이라니.. 누구보다 열정형으로 살려고 노력했는데, 나는 되고 싶은 가면을 찾아 썼던걸까? 혹은 내가 지금 너무 지쳤기때문에, 기질을 핑계로 숨어서 잔잔하게 쉬고 싶은 건 아닐까? 초안을 쓴 후, 세번째 상담까지 다녀왔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