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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May 24. 2021

코로나 일기

입원 다섯 째날의 기록

오늘은 내가 입원한 포천병원에 대해 써볼까 한다. 나는 사실 입원 전에는 포천병원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부천과 같은 경기도라서 이쪽으로 보내지긴 했으나 지리적으로 상당히 멀다. 포천이라면 허브아일랜드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랄까. 그럼에도 나는 코로나에 걸리고 포천에 와서 신세를(?) 지고 있다.



포천병원은 경기도의료원이다. 처음 포천병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네이버에 바로 검색해봤으니, 포천병원이 두 개가 떴다. 하나는 경기도의료원, 하나는 국군병원이다. 국군병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그곳이 아니길 속으로 빌었고 다행히 경기도의료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했다. 내가 있는 병실은 티비에서 많이 들어본 음압병실이다. 원래는 일반 병실이었던 듯싶은데, 창문을 뚫고 음압기를 설치해 음압병실로 바꾼듯하다. 병실은 4인실이고 작은 냉장고가 하나 있으며, 쾌적한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있다. 화장실 얘기가 나와 말인데, 친절하게도 화장실에는 대야가 3가지나 있다. 그중 리락쿠마 곰돌이 얼굴이 그려진 세숫대야에서 아기는 목욕을 하고 지낸다.


음압병실을 실제로 보기 전까지 나는 사실 미드 NCIS에서 봤던 전염병으로 철저하게 격리가 되는 그런 병실을 상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곳의 음압병실은 음압기가 있고 창문을 열지 못하게 되어있을 뿐, 일반 병실과 하나도 다를 점이 없다. 화장실 앞에 붙은 화장실 문을 꼭 닫아달라는 주의와 병실 문에 절대로 함부로 열지 말라는 경고 외에는 이곳이 음압병동이라는 것을 일반인이 알긴 어려울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첫날 이곳에 와서 아기가 병실 문을 열어젖혔는데, 너무 쉽사리 열려서 매우 당황했었다. (그 뒤로도 아기는 호시탐탐 병실 문을 노린다)


앞서 얘기한 바 있듯이 포천병원은 어린이식이 따로 제공된다. 어린이식에는 하루에 하나이상의 과일을 꼭 제공해주는 듯하다. 어제는 사과와 배가 나왔었다. 어린이식에는 멸균우유가 나오기도 했었고, 딸기우유, 요구르트 등이 후식으로 같이 나올 때가 있다. 반찬은 위 사진처럼 보통 4가지가 나오고, 국이 별도로 제공된다. 첫날은 순진하게도 모든 음식을 열어놓고 먹다가 아기가 국을 엎기에 이르렀다. 그 뒤로 나는 저렇게만 오픈해서 먹고 있다. 국을 아예 열어보지 않을 때도 많다. 혹자는 '생활치료센터가 밥은 더 잘 나온다더라'라고 얘기했지만, 일산에 있는 생활치료센터보다는 포천병원의 식단이 더 좋은 것 같다. 생활치료센터는 아침이 빵이나 샐러드 등 간단한 조식으로 나올 때가 많던데, 포천병원은 삼시세끼 모두 밥 국 반찬이 잘 차려 나온다. 저녁에는 꼭 간식도 포함되어 나온다. 비록 후각을 잃었지만 맛있게 먹고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포천병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쿠팡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차장 뷰를 통해 오늘 마침 쿠팡 차량이 배송 온 것을 보았다. 오늘은 딱히 주문하지 않았지만 그 소중함을 알기에 반가운 쿠팡 차량이었다. 로켓 와우, 로켓프레시 모두 가능하다. 나는 아기 간식으로 주문한 방울토마토와 파인애플바를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꺼내먹고 있다. 병실에 냉장고가 있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겠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없다고 함) 아기가 멸균우유를 먹어도 괜찮지만 냉장고가 있어 일반 우유를 마시고 있다.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하면 하루 3번 혈압,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를 체크해 간호사실로 알린다. 식사 30분 전에 체크해 전화를 걸면 되는데, 병실에 비치되어있는 전화기가 아닌 핸드폰으로 걸어도 괜찮고, 아기를 안고 있느라 전화받으러 가기 힘든 상황을 감안해 간호사실에서도 핸드폰으로 연락을 직접 주신다. 걸어 다니는 20개월 아기지만, 아직 침대에서 낙상할 수 있어 아기침대 쪽에는 나름 붕대(?)로 입구를 막아주셨다. 물론 아기는 그 사이를 비집고 잘 빠져나가지만, 자면서 낙상은 예방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포천병원에서 아기를 위해서 저상 침대를 제공해줬다. 미미한 차이일 수 있지만, 코로나에 걸린 채로 낙상을 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도 더 어렵고 하니 감사한 배려다. 어제저녁에는 간호사들이 들어와 남은 두 침대의 매트를 우리 침대 양쪽에 하나씩 깔아주셨다. 낙상방지며, 아기가 떨어져도 덜 다치라고 해주신 배려인데, 의도와 다른 용도로 너무 잘 활용 중이다. 바닥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는데, 아직 슬리퍼가 불안해 아기는 샌들을 신겨왔다. 그랬더니 매번 신고 벗기기도 일이고, 결국엔 맨발로 병실을 활보 중이다. 그 와중에 앉을 곳이 없었는데, 아기가 그 매트 위에서 잘 앉아서 논다. 나도 틈틈이 그곳에 같이 앉아 간식을 먹곤 한다.


원래는 성인 간식 일절 금지라고 했는데, 와보니 간식이 가능했다. 나에겐 몇 가지 간식이 있는데, 오늘 저녁엔 간호사실에서 아기가 너무 심심해한다고 간식이라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간호사분들이 먹는 간식인데, 아기는 아직 잘 못 먹을 것 같고 내가 먹기로 했다. 먹고 힘내서 아기랑 잘 지내다 가라고 주시는데, 씨씨티비너머로 나와 아기의 건강을 바라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코로나 증상 중 하나인 설사, 아기가 설사를 초반에 좀 했더니 엉덩이 발진이 올라왔다. 비판텐을 챙겨 오지 않아 병원에 문의했는데, 병원에서도 비판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대신 지인을 통해 택배로 보내면 받아주겠다고 하셨다. 동생에게 부탁한 비판텐이 오늘 도착했다. 동생 와이프가 만들어준 수제쿠키까지 같이^^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피를 많이 뽑아서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 첫날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오전 중에 전화로 회진을 대신하고 있다. 간호사들 뿐 아니라 의사 선생님도 매번 친절하게 유선상 진료를 봐주신다. 오늘은 퇴원에 대해 처음 들었다. 보통은 확진일 기준으로 10일 후 퇴원이 가장 빠른 퇴원이라 한다. 나는 19일 확진되었지만 아기가 20일 확진되어서 가장 빠른 퇴원일이 30일이라고 들었다. 물론 그전에 이번 주중에 피를 다시 한번 뽑는다고 한다. 염증 수치 등등을 보나보다. 퇴원 시에는 별도로 코로나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검사가 피 뽑는 것보다 더 무서운 1인으로서... 다행인가 싶으면서 퇴원 때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또 처음 알게 되었다. 30일까지 증상 없이 잘 나아서 집에 가길 기도해본다.




나와 아기는 이제 열도 정말 안 나고 괜찮다. 아기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덜 아프다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처음 발열 하루 이틀과 설사 외에는 아기는 딱히 증상이 없었다. 아 어제오늘 기침을 조금 했는데, 약을 먹으니 그것도 괜찮아졌다. 나도 위장약을 포함해 매끼 약을 먹고 있는데, 열이 안 나니 많은 증상들이 사라졌다. 귀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입원 5일 차였다. 아! 한 가지 사소한 걱정거리가 생기긴 했다. 입원은 보건소 구급차를 타고 포천까지 오게 되었지만, 퇴원은 그냥 알아서 집에 가야 한다. 당연히 그냥 택시 타면 되겠지, 돈 조금 나와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뭐라고 생각하며 네이버지도에 검색을 했는데 무려 집까지 12만원;; 하필이면 데리러 올 사람도 자가격리 중이거나 생활치료센터에 가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가격리가 입원보다 더 긴지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져온 짐을 모두 버리고 가야 하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기나 안고 대중교통을 타볼 것인가, 지하철을 타러 갈 것인가 버스를 탈것인가 하는 아주 작은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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